[경향신문] 아동 간 성범죄는 ‘교육’ 부재 탓···사설 성교육업체에 몰리는 부모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아동 간 성범죄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아동 성교육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공공 영역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부모들은 사설 성교육 업체로 몰리며 자구책을 찾는 실정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 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A씨(31)는 얼마 전 한 사설 업체의 아동 성교육 강의를 수강했다. A씨는 “아동 간 성폭력 등 아동을 둘러싼 성범죄 사건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다”며 “나이대별로 꼭 필요한 성교육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강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이 뻔한 내용이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나중에 추가로 돈을 들여서라도 사설 업체의 성교육을 수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육아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사설 성교육 업체의 소규모 강의를 함께 들을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학부모는 “예전 방식의 소극적 성교육만으로는 요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전문가를 섭외한다”며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비용을 분담해 함께 하자”는 내용의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2시간 분량인 강의의 수강료는 25만원 정도다. 한 강의당 4~6명 가량이 모여야 강의가 열리는 식이다.

최근 연이어 벌어진 아동 간 성범죄 사건들은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이 다른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강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4살 여자아이가 또래 아동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동 간 성범죄는 공교육의 실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들이 “공공영역에서 성교육이 실패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공교육 하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의례적인 수준이라는 취지의 지적이다. 초·중·고교 학생들은 연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시행해야 하지만 교사의 의지가 없으면 형식적으로만 교육이 진행되기 쉽다. 최은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교사 입장에서는 학부모나 보수단체의 성교육 반대 민원 등 부담이 있어 성폭력 관련 교육들은 초보적인 수준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공공영역에서 적절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사교육 업체로 학부모들의 눈이 쏠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교육으로 성교육 수요를 해결하게 되면 성교육도 빈부격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설 성교육 업체의 교육 내용들을 정부 차원에서 점검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교육부가 사설 업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검증할 기준도,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엄벌주의는 재발 막을 수 없어···근본 해답은 교육 과정에

 

 

처벌만으로 아동 간 성범죄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처벌만으로는 재발 방지를 할 수 없다”며 “가해 아동이 성장하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을 교화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성교육 전문 강사인 박미애 가치소장연구소 소장은 “근본적으로는 성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며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가해 학생들의 성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대에 맞춘 실질적인 성교육이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 교수는 “아동 간 성범죄 가해자가 점점 저연령화되고 있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며 “미디어 노출 등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이를 분석해 어린 나이 때부터 적합한 성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단순히 성행위와 관련한 기초적인 교육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유네스코에서 제안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서로의 경계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경계 교육 등의 과정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기자 배시은•이예슬] 자세히 보기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25153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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