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말벌 동지들의 ‘쌤, 꼭 이겨달라’는 말에···난 포기할 수 없다”

프로젝트

 

| 성폭력 해결 나섰던 지혜복 교사…‘전보·해임 부당’ 1년 넘게 시위
| 젠더 투쟁과 연대…학창 시절 피해 경험 말벌 동지 껴안고 위로도
| “교사가 성폭력 해결 나서면 고립돼”

 

지 교사는 A학교 학생들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접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부당 전보와 해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정보를 노출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를 신고했는데, 공익제보자 인정은커녕 기존의 인사 관행과 원칙에 맞지 않게 이동시켰다는 게 지 교사의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12일 “(지 교사는) 공익제보자도, 부당 전보 피해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지 교사는 ‘학교 내 성폭력의 해결’이라고 했다. 2018년 미투운동(#MeToo·나는 고발한다)이 확산하면서 학교 내 성폭력도 화두가 됐다. 일부 여고를 중심으로 피해 고발(스쿨미투)이 나왔다. n번방 텔레그램 사건과 딥페이크 사건 등에 10대 청소년들이 가해자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언급하면 ‘페미 교사’로 낙인찍는 백래시(반동)도 나타났다.

지 교사는 “스쿨미투 이후 학교가 안녕하시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 교사는 “학교 안의 입시경쟁 이데올로기는 훨씬 더 심화됐고 학벌주의도 강화됐다”며 “그 전(스쿨미투 전)에 노골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숨는 형태가 됐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교사는 교육을 할 수 없는 조건이고, 학교는 사건을 덮는다”며 “n번방과 딥페이크 사건이 터져 대대적인 수사를 했지만,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제대로 된 처벌과 교육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 교사는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는 것도 힘들지만, 특히 교사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 고립이 된다”며 “가해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로부터 비난과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10대 청소년들의 반페미니즘, 극우 정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 교사는 학교 내 성폭력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10대 극우화가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성평등에 기초해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젠더에 대한 이해,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성적 행동과 성 건강을 점진적으로 교육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한다. 한국의 학교 내 성평등 교육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지 교사는 “학교 안의 성평등 교육은 전무하다시피하고 3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도 전문가가 아닌 데다가 강의 방송을 틀어주면 학생들이 보는 정도이고, 내용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왜 학생들이 이 행위를 하면 안 되는지, 관계 속에서 왜 이 행위가 문제가 되는지를 포괄적 성평등 교육으로 가르쳐야 하지만 현실은 심각하다”고 했다.

지 교사가 말했다. “처음에 (학생들의 피해사실을) 접했을 때 2년 동안 지속되고 반복됐는데 제가 몰랐다는 게 미안했어요. 그런 일을 학교가 해결해주지 못해서 반성하고, 미안했던 거예요. 꼭 잘 해결해보겠다고 약속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의 성평등 교육과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도 담겨 있기 때문에요.”

 

[경향신문 | 이혜리 기자] 전문 보기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909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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