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프로젝트

 

2018년의 스쿨미투, 2025년 4월의 승소 판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는 뒤늦은 승소의 비애. 2018년 중·고등학생이었던 스쿨미투의 당사자들은 이제 만 20~25세의 성인이 됐으나 무려 8년이 지나는 동안 스쿨미투의 성과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그들에게 스쿨미투로 공론화된 학교 성폭력 사안의 처리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이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려 온 것처럼, 그들의 기억에서 스쿨미투가 잊히길 바란 것처럼, 학교와 교육청은 8년 동안 모두의 알권리를 빼앗았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부터 스쿨미투 사안의 처리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고, 교육청의 비공개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 2일 전 국민의 이목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집중됐을 때, 충북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그러나 2018년 스쿨미투를 외쳤던 충북 지역 학생들에게, 지금은 어른이 된 그들에게 이 사실을 전할 길이 없다. 정의를 지연시킴으로써 정의가 아니게 만든 충북교육청의 전략은 탁월했다. 충북교육청은 학생과 피해자 편이 아니었다.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이 학교 성폭력을 고발했고, 재학생 후배들은 학교 창문에 메모지를 붙여 선배들에게 화답했다. #WITH YOU, WE CAN DO ANYTHING, #ME♡ TOO(당신과 함께라면, 우린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미투). 용화여고의 ‘창문미투’를 시작으로 2018년 한 해 전국 100여개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일어났다. 하지만 스쿨미투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X(구 트위터) 상에 학교 성폭력 공론화 계정이 등장한 이후이고, 그 시작은 바로 충북여중이었다. 2018년 9월 7일 시작된 ‘#충북여중_미투’ 트윗, 8일에 시작된 ‘#청주여상_미투’ 트윗은 단 5일간(8~12일) 각각 94만8300건, 95만4000건을 기록했다.

2018년 충북 지역 5개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일어났다. ‘너희는 내 앞에서 자면 안 된다. 나는 남자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자는 건 위험한 일이다’(청주여상), ‘여자 속옷은 벗기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 ‘여자는 가슴이 크고 엉덩이가 커야 한다’(이상 충북여고), ‘속옷이 내 아내 것과 똑같다’(충북여중), ‘가슴 예쁘지도 않은데 그렇게 뛰지 말라’, ‘얼굴이 사과같이 빨개서 따먹고 싶다’(이상 충주여고) 등 교사들의 상습적인 언어 성폭력이 드러났고, 학생 볼에 뽀뽀하거나 상담 중에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막대기로 엉덩이를 찌르는 등 신체적 성폭력이 고발됐다. 그러나 8년이 지나 받아본 처리 결과는 참담하다. 공립학교 두 곳에서는 해임 조처도 각 한 건씩 있었으나, 사립학교(서원재단)는 가해 교사 8명 중 정직 6개월 2명, 정직 3개월 1명, 나머지는 견책(6개월간 승진 제한) 조처에 그쳤다. 무엇보다 충북교육청은 가해 교사가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취업제한 5년) 판결을 받은 충북여중 사건을 고의로 누락시켰다. 8년 만에 확인한 것은 성범죄를 경범죄 취급하는 서원재단과 이를 감싸는 충북교육청의 민낯, 그리고 스쿨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싸움도 끝나지 않는다.

 

📰[주간경향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전문보기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2504111430021

 

날짜
종료 날짜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