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부의 돌봄교실 떠넘기기, 학부모는 화가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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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  학교
ⓒ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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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설렜던 이유는 학교에는 운동장이 있다는 점이었다. 운동장만 생각해도 숨통이 트였다. 걸음마를 떼고 키가 120cm 정도로 크기까지, 일부러 공원에 찾아가지 않는 이상, 도시 아이들의 신체는 골목길에 튀어나오는 차를 피하는 반사 신경만큼만 성장하는 것 같다. 

킥보드 타고 앞서가는 아이 뒤통수에 대고 '멈춰', '차온다'는 외침을 연신 내리꽂으며 둘째를 매달고 뒤쫓아가던 예비학부모였던 내가 생각한 학교는, 더 이상 급제동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이 주인인 공간이었다. 초등학생이 된다니 드디어, 마음껏 뛰고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런 기대로 3월에 방문한 학교 운동장에는 웬일인지 사방에 펜스가 쳐져 있었다. 

알고 보니 야구부가 있는 학교였다. 펜스는 방과 후 야구부의 연습 중에 날아가는 공을 막기 위해서였다.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운동장은 야구부뿐 아니라 학생들 모두를 위한 공간이 아니냐고, 다른 아이들은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는 것이냐고. 열이 차올랐지만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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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운동장에서 노는 친구들이 없어요."

문득 경기도에 거주하며 맞벌이를 하는 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1학년이던 때, 초등 돌봄교실의 방학 중 단축 운영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교장실을 찾았다가 들은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학기 중에 돌봄교실이 5시에 끝나는 것도 황당한데 방학 중에는 오후 2시 30분에 끝나다니, 그 시간에 맞벌이 부부가 어떻게 퇴근하나요?"라고 묻자 교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그때쯤이면 학원 갈 시간 아닌가요?"

'아이들은 학원에 갑니다.' 학교가 들려준 대답. 내가 받은 학교의 첫인상은 각 가정이 각자도생식으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사교육 시장을 학교 스스로가 학교의 연장으로 공인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돌봄교실을 가든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원뺑뺑이를 하든, '학교의 시간'은 교사의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멈춘다. 

대부분의 양육자가 '학교의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없다. 학교가 돌보는 것은 과연 아이를 오래도록 가두는 것일까. 아니다. 부모들은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공적 돌봄이 보장받기를 원한다. 마을이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당장 옆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 자체가 민폐다. 지자체가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민간사업체만 잔뜩 끌어와서 돌봄 장사만 활개를 칠 것이고 그 안에서 아이의 안전과 건강권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다. 

'돌봄교실'에 '학교의 시간'은 없다

그간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된 돌봄교실은 돌봄전담사의 불안정한 노동에 의지한 채 버텨왔다. 교사의 수업 이후 돌봄교실의 운영 시간이 "학교의 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갈등의 골이 깊다. 코로나로 이제는 공적 돌봄의 주체로 학교를 명시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교육부는 교원단체의 입장만을 대변한 채 법안 발의를 취소하고 소관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그 와중에 여유가 있는 아이들은 더욱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 아이들은 돌봄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방치될 위기에 놓여 있다. 팬데믹시대에 1학년이 된 아이의 입장에서 학교가 방역·돌봄의 새모델을 제시해야 할 판에 매너리즘에 빠져 가르침이지 돌봄이 아니라는 도돌이표를 읊는다. 

지난 5월 교육부가 초등돌봄교실 및 방과후 교실의 운영을 '학교 고유사무'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추진에 앞서 입법 예고를 실시했다가 교원단체의 압박에 사흘 만에 철회했다. 교육부는 의견 청취 기일(5.19.~6.8.)도 채우지 않았다. 

6월 10일 권칠승 의원, 8월 4일 강민정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은 안중에도 없는 법안이다. 권칠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초등 아동의 온종일 돌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교육부 장관이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지자체장은 교육감과 협의하여 지역의 온종일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원센터를 설립할 수 있으며, 온종일 돌봄 시설의 설치 기준, 인력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고 했다. 

강민정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초등 돌봄교실과 관련해 학교는 공간만 제공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행정은 지자체 이관에 대한 물밑작업을 이어갔다. 8월 2.5단계 방역 강화로 교육부 장관이 수도권 유·초·중·고의 원격수업 전환과 긴급돌봄 확대를 발표했을 때, 고양 교육청 방과후 돌봄 담당 주무관이 고양지역 학교에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온종일 돌봄 특별법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적극 찬성 쪽으로 의견표명을 해주셔야 지자체 이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라고 나와 있었다. 

부모들은 돌봄문제와 원격수업관리 문제를 단 하루 만에 해결해야 하는 멘붕 상황이 왔던 그때, 1학기에 연차와 긴급돌봄 휴가를 다 휴진하고, 조부모, 친인척 도움도 받을대로 다 받아 맞벌이 가정이 돌봄의 한계에 도달한 그때, 학교돌봄 교실만이 굳건히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던, 그러나 전담 선생님들의 피로도도 한계치에 다다른 그때, 온종일돌봄특별법에 찬성하라면서 학교 현장에는 이런 메시지가 뿌려진 것이다.

교육당사자에게 미치는 주요한 법안 정책결정에 부모와 아이들은 1도 없다는 것을 이토록 몰랐다니. 어영부영 1학기가 지나가고 전면원격수업 상황이 된 지금 교권단체의 이기심과 이를 어쩔 수 없는 척 받아주는 교육부장관을 비롯, 교육당국이 자행한 재량권 남발 짬짜미 행정이 모여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떠넘기려고만 하는 행태에 강한 모멸감과 분노로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

양육자의 말을 들어봤나
 

 정치하는엄마들 시위 현장
▲  정치하는엄마들 시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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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9월 14일 국회앞에서 '온종일돌봄특별법 철회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15, 16일에 교육위원회 법사위에 해당법안이 안건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양육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근무시간이라 올 수 없는 노동자 양육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점심시간에 화상통화 연결형식으로 개최했다. 양육자들은 흩어져 있어도 목소리가 없는 게 아니다. 

한 양육자는 화상통화에서 "돌봄교실을 학교에 설치하되 그 책임과 권한을 교육부와 지자체가 나누어 갖겠다는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듣기에 핑퐁게임을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말로만 들려 두렵다. 내 아이가, 가난한 부모를 만나 사적돌봄을 이용할 수 없고 돌봐줄 보조양육자가 없는 우리 가정이 이 사회에 필요악처럼 느껴져 좌절감이 느껴진다"라고 했다. 

사무실 복도 후미진 곳에서 나직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또렷하게 말하는 이의 입장이 무수한 여성양육자의 목소리다. 다른 양육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2의 사립유치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 건 저만일까요? 또 누구의 뱃속 채워지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건 저만일까요? 법안 만드시면서 부모들의 목소리 얼마나 들으셨나요? 아이들의 목소리 얼마나 들으셨나요? 현 정부의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는 좋습니다만, 방향이 잘못됐단 생각은 조금도 안 하시나요?"

발언처럼 권칠승 의원과 강민정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당사자인 아이들과 부모의 입장을 들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양육자, 돌봄전담사, 교사, 교육행정 모두 한마음이다. 그러나 지자체 책임하에 민간위탁방식으로 공공의 책임을 날려버리며 온종일 초등돌봄 시장을 허용하는 법안은 부모와 아이들을 유린하는 것과 다름없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75120&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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