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혁신] '참여민주주의 학교' 시민단체

‘참여민주주의 학교’ 시민단체

  •  정다솜 기자

대의민주주의 보완하는 시민 참여
참여의 지름길, 시민단체 가입

커버스토리② 시민단체의 힘, 참여

1조합원 1시민단체를 상상하다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목소리를 갖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든다. 함께 목소리를 높여 ‘직장 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들을 확인한 조합원들은 목소리가 없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한편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일터 안에서만 맴돌아 ‘집단 이기주의'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시민이자 노동자이기도 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일터 밖 민주주의를 향해 뻗어나갈 순 없을까? 성평등, 복지, 평화, 환경 등 다양하고 삶에 밀착된 사회 영역에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참여민주주의의 학교' 시민단체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려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시민단체들은 짧지만 역동적인 운동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그리고 그 역동성의 바탕엔 자발적 시민의 힘, 참여민주주의가 있었다. 대의민주주의 위기 징후가 한국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지금, ‘참여민주주의의 학교’ 시민단체는 조금 더 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의민주주의+참여민주주의
= 더 강한 민주주의

한국사회에서 목소리를 갖지 못하는 이들은 말 대신 몸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로 길 위에서 요구사항을 온몸으로 표출한다. 노동자는 굴뚝에 오르고 장애인은 몸에 쇠사슬을 두른다. 농민은 트랙터를 끌고 상경한다. 비정규직 700만, 장애인 254만, 농민 300만, 적지 않은 이들이 계속 소수로 남는 이유는 정치인,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포괄하지 못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시대의 화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한 가치관과 선호도를 조사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7차 조사(17~20년)에서도 한국인 10명 중 3명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의회와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당과 의회가 중심이 된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이 큰 나라 두 곳으로 한국과 이라크를 지목한 바 있다.

물론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정치체제, 민주주의는 완벽할 수 없다. 그렇지만 시민을 대신하는 대의민주제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가 적극적으로 결합한다면 현재보다 더 강한 민주주의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박상필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 정당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가 매우 낮지만 민주주의에서 정당을 대체할 조직은 없다”면서도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완결은 아니다. 당연히 운동정치가 필요하다. 제도적 정당을 넘어 시민운동을 통해 시민의 의견 표출, 의사 결집, 의제 생산, 정책 제안은 민주주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상필 교수는 책 《NGO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에서 “참여민주주의가 발달하게 되면 시민사회가 국가를 통제하거나 견제할 수 있고 개인은 다양한 단체를 통해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다”며 “참여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행정을 투명하게 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며, 공직자의 책임을 강화해 정부가 시민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민 스스로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이중의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적 시민이 되는 지름길
시민단체 가입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참여가 필요하지만, 참여는 귀찮다. 서유경 경희사이버대 후마니타스학과 교수는 “대의제에서 시민들은 국가의 정치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대체로 사적 영역에 치중하고 있다”며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사적인 관심사를 돌보면서 자기 삶의 목표를 성취하는 일은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일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개인의 삶의 영역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해서 개인의 삶의 조건들이 만족스러울 때의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참여민주주의의 주체, 개인은 어떻게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공적 목소리를 내는 ‘참여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이론가 바버(Barber)는 ‘대중’이 관여하고 공유하며 기여하게 되면 ‘시민’이 되고, 그럼으로써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참여’는 국가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시민행동을 말한다. 시위, 집회, 캠페인, 입법청원, 공청회 개최, 고발, 항의방문, 유인물 배포, 서명을 포함한다. 또한 온라인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활동하는 단체에 회원가입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참여다. 박상필 교수는 “시민참여는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목적지향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시민은 공공업무에 대한 참여를 통해 자기주체성을 확인하고, 사회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 참여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고 시민참여의 의의를 강조했다.

앞서 이야기한 시민참여들은 모두 시민단체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일들이다. 이는 시민단체가 ‘참여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개인이 참여적 시민이 되기 위한 가장 빠르고 보편적인 방법은 시민단체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활동가, ‘정치하는엄마들’

올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제3회 6월 민주상’ 대상의 주인공인 ‘정치하는엄마들’은 참여민주주의의 학교로서 모범이 되는 시민단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성평등, 어린이 복지, 비폭력 평화, 미래 환경권 옹호를 위해 2017년 6월 창립한 시민단체로 양육자로서 관심 가질 수 있는 사회 전반의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해결을 요구해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생물학적 엄마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성’이라 할 수 있는, 돌봄을 수행하고 있거나 향후 수행하고자 하는 모든 양육의 주체를 아우르며 스쿨 미투 해결을 위한 법률지원 및 전국지도 제작,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촉구, 사립유치원 비리 대응과 유치원3법 통과 촉구 등을 통해 사회를 바꿔나갔다.

특히 정치하는엄마들의 가장 큰 활동 목적은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참여적 시민’, 활동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정치하는엄마들은 우리 단체의 목적인 성평등사회, 복지사회 등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문제든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도 활동가’라는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서로 활동가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정치하는엄마들이 일종의 ‘활동가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한다. “회원들이 뜻이 맞아 ‘뭔가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하면, 사무국은 그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 등을 지원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 온라인홈페이지엔 ‘사립유치원비리대응’, ‘스쿨미투’, ‘공적돌봄강화’, ‘교통안전’, ‘초등돌봄법제화’ 등 의기투합해 활동가가 된 엄마들이 만든 프로젝트만 10개가 넘는다.

예를 들어 2018년에 이어 2019년 피해자인 학생들이 가해자인 교사들의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한 ‘2차 스쿨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사건 이후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은 ‘남 일 같지 않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학생들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스쿨미투를 했던 트위터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 소식을 알 수 없어 걱정이 됐던 회원들은 ‘그럼 우리가 당사자가 되어보자’며 17개 시·도교육청에 스쿨미투 처리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특히 해당 내용 비공개를 결정한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 법원에서 승소했다.

스쿨미투 프로젝트의 사례처럼 정치하는엄마들에선 목소리가 없던 엄마들이 텔레그램 방에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보자’는 작은 목소리로 시작해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 등 운동 방식 차원에서 살이 붙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참여민주주의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출처: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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