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애니 본 어린이 “왜 여자 캐릭터는 짧은 치마만”
애니 본 어린이 “왜 여자 캐릭터는 짧은 치마만”
서울YWCA, 언론사 텔레그램 보도 982건 중 150건 기사 성차별성 심각
정치하는 엄마들, EBS 애니메이션 19개 분석 결과 장애인 캐릭터 ‘0명’
- 박서연 기자
“여자 캐릭터는 왜 짧은 치마를 입고 팬티 보일락 말락 하면서 점프해요?”
“왜 만화에서 여자는 한 명이에요?”
EBS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 반응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하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여성가족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2020 성평등 미디어 포럼’이 3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주제는 ‘#미디어 임팩트 : 방송·온라인 젠더 재현과 영향력’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예리 서울YWCA 여성운동국 여성참여팀 부장은 “서울YWCA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언론 보도 및 인터넷 기사 모니터링을 한 결과 982건 기사 중 150건의 기사가 성차별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서울YWCA는 문제가 되는 150건의 기사를 유형별로 분석했다. 문제적 기사의 유형은 △피해자 신상을 과도하게 노출 △가해자 서사에 주목 △디지털 성범죄를 사소화하는 표현을 사용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강화 △제목에 선정·자극적인 내용 부각 △성폭력을 선정적으로 표현(영상, 이미지) 등이었다.
김예리 부장은 “피해자 신상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보도의 예는 피해자 나이와 거주지, 가족관계 등의 신상 보도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추정하게 만드는 보도”라고 설명한 뒤 “또 가해자 서사에 주목하는 보도의 예는 가해자를 짐승, 악마, 소시오패스라는 단어로 부르며 일반인과 다른 사람처럼 간주하고 가해자의 가정환경과 성장환경 등을 이야기하며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데 초점을 두는 보도”라고 설명했다.
또 스포츠와 연예 매체의 여성 성적 대상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네이버 뉴스스탠드 편집을 보면 뉴스스탠드에 걸린 제목과 실제 기사 내용이 다르다”며 “또 여성 연예인들이 올린 SNS 사진 중 특정 부위만 잘라 기사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또 직업 앞에 ‘여’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건 남성을 주류로 여기는 보도”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아이들이 보는 EBS 프로그램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EBS가 제작에 관여한 19개 방영 애니메이션 중 85회차를 분석해 720명의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60%, 여성이 30%였다”며 “남성 캐릭터가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기계류에 해당하는 캐릭터의 여성 비율이 낮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조차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강 대표는 “주로 갈등을 유발하는 중심인물, 사건을 해결하는 멘토, 리더십이 필요한 직업군에 대한 인물 설정이 중장년 남성으로 설정됐다”며 “애니메이션 ‘띠띠뽀띠띠뽀’의 등장인물 12명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는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남성에게 ‘대단하다’라며 감탄하는 조연으로만 존재한다. 또 ‘미니특공대’, ‘세미와 매직큐브’를 보면 여성 전사와 여성 영웅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외모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성차별적 편견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750명 캐릭터 중 장애가 있는 인물은 0명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어떤 식의 미디어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올해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을 더 깨닫게 됐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디지털네이티브라고도 불린다. 미디어 교육 필요성이 절실하다”면서도 “하지만 성인지 미디어 교육을 불온한 교육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이 교육할 때마다 자료를 매번 다르게 준비해야 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걸 일일이 요구하는 게 죄송스러운 현실이다. 정책적으로 해당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언론사 데스크와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주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성차별적 보도의 근본적 원인은 언론조직 내 성별 불평등이 있기 때문이다. 데스크와 국장단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인데, 이 집단의 성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여성 기자 수뿐만 아니라 여성 기자 바이라인을 늘려야 한다. 오피니언 필자도 남성 기자로 이뤄져 있다. 전문가 멘트도 남성 위주”라며 “(미디어에서) 젠더 불균형 현상은 실제로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기사 제목을 다는 사람은 데스크다. 데스크 역할이 중요하다”며 “또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성차별적 표현들이나 캐릭터 등도 문제다. 언론사 데스크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주로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교육은 포괄적인 매너 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이들이 많을 텐데 문화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들이 위험하다”며 “기본적인 새로운 문화 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녀 비교보다는 교육으로 인한 긍정적 사례 등을 교육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부모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EBS는 부모들의 신뢰도가 높은 방송사다. 믿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프로그램 속에서 마르고 글래머인 여성의 몸매를 강조하고, 장애인 캐릭터도 없고, 기계 캐릭터는 남자로 그리는 현상은 성적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며 “TV에서 학습한 성적 고정관념은 유튜브나 1인 미디어를 통해 또 다른 성적 고정관념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미디어 프로그램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김진서 대학페미니스트공동체 유니브페미 집행위원장은 “대학 내 커뮤니티에서의 혐오표현이 심각하다. 유니브페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학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방통심의위가 자율규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대학 커뮤니티에 권고했다”며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전반적으로 필요한데 특히 대학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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