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늘을 생각한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장하나활동가)

[오늘을 생각한다]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포장·배달밖에 할 수 없는 동네 카페 사장님은? 1년째 벌이가 끊긴 초등 방과후교실 선생님들은? 육아 때문에 결국 사표 쓴 엄마들은? 여행업 종사자들은? 시민단체 활동가로 잘릴 걱정 없는 내 처지가 가끔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588조가 국회를 통과했고, 3차 재난지원금 3조원, 코로나19 백신 예산 9000억원 등 코로나19 예산 7조5000억원이 증액됐다. 이를 위해 정부안에서 5조3000억원을 삭감했고, 순증된 2조2000억을 국채 발생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무려 11년 만의 순증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코로나19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고, 국채 발행은 불가피한 것처럼 말한다.

국채 발행이 문제가 아니다. 나라살림에 이미 ‘코로나19에 걸려도 걱정, 안 걸려도 걱정’인 사람들의 숨통을 트여줄 여력이 있다는 게 문제다. 재난지원금, 주거안정 자금, 소상공인 지원금, 취약계층 지원금…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왠지 나 때문에 나랏빚이 늘어난 것 같은, 민폐가 된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21대 국회에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무력화하는 법안 25건이 발의돼 있다. 13건은 더불어민주당, 12건은 국민의힘 대표발의다. 가덕도 신공항특별법도 여야가 나란히 발의했고, 민주당은 내년 2월까지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코로나19로 관광수요가 급감하면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축소개편 중인데, 정치권은 때아닌 공항 타령이다. 가덕도 신공항, 대구 신공항, 서산국제공항, 제주 제2공항, 울릉도 공항, 흑산도 공항, 백령도 공항, 경기 남부 신공항, 광주공항 이전까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지금 사람의 입으로 들어갈 것도 없는 판국에 공항 인프라가 뭐가 시급한가? 누군가는 경비행기 타고 흑산도 국립공원으로 여행 가서 홍어 먹을 형편이 될는지 모르지만, 내가 흑산도 주민이라면 공항 건설비 대신 생계자금·생존자금을 받고 싶을 것이다. 지방공항 14곳 중 흑자 공항은 2019년 기준 김포·제주·대구·김해 단 4곳에 불과하다. 그중 대구는 올해 1~8월까지 적자 상태다. 나머지 10곳은 만년 적자다. 공항 건설비도 문제지만, 한국공항공사의 지분은 정부가 100% 보유하고 있어 지방공항의 만성 적자는, 즉 만성적인 혈세 낭비다. 공항 함부로 지으면 안 된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국토교통부 용역으로 제주공항과 김해공항 확충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토를 수행했고, 결론은 둘 다 기존 공항 확장이 제1 대안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5조원, 가덕도 신공항에 11조원을 쓰겠다고 밀어붙인다. 이 공항 저 공항 다 짓고, 지리산 산악열차까지 건설하는 데 30조는 들것이다. 재난지원금을 열 번 줄 수 있는 피 같은 돈… 누군가는 돈이 없어 죽고 싶은 이 겨울에, 왜 토건재벌한테 나랏돈을 퍼주는가? 공공병원 예산은 0원이면서 이 시국에 공항을 짓겠다는 정부와 국회, 코로나19보다 당신들이 더 무섭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24&art_id=202012041423261#csidxd78ef1488e8fde3ac874a7fc824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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