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1] 서울교육청은 성희롱 교사 '파면' 왜 숨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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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서울교육청은 성희롱 교사 '파면' 왜 숨기나?

서울교육청, '스쿨미투 정보공개' 2심 패소에도 "신원 특정 우려"
정치하는엄마들, 교육감에 면담 신청…피해 학생에 사과 요구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0-12-27 09:48 송고

  •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018년 11월3일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예쁘고 쭉쭉빵빵해야 한다." "예쁜 여학생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이같은 발언은 서울 A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던 B교사 입에서 나왔다. '스쿨미투'가 한창이던 2018년 9월 학생들의 폭로로 알려졌다.
 

B교사는 지난 10월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죄책이 가볍지 않고 학생들의 인격발달에 해가 된다"면서도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점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성희롱 교사가 교단에 못 서게 된 건 다행이지만 '파면' 사실이 서울시교육청이 아닌 법원을 통해 공개된 것이 안타깝다.

서울시교육청은 A중학교를 비롯해 스쿨미투로 고발된 23개 학교의 가해 교사 직위해제 여부, 징계 처리 결과 등을 공개하라는 '정치하는엄마들'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스쿨미투 정보가 떠도는 가운데 추가 정보가 공개되면 교사 신원이 특정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5월부터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결과는 2전 2패. 감사보고서와 교사 이름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1·2심 재판부의 공통된 주문이었다.

2심 재판부는 "특별감사 시행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향후 교내 성폭력 사건 고발·처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다소간 우려만으로 비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생채기 낸 교사들을 걱정해 항소심까지 끌고 온 서울시교육청이 새겨 들을 내용이다.

그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스쿨미투 정보공개 거부를 두고 "성폭력 교사가 있을지 모를 학교에 아이들을 깜깜이로 보내라는 것이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가해 교사가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합당한 징계를 받았는지 교육공동체가 함께 살핀다면 '솜방망이 징계'가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신원 특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해도 정보는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온 것도 투명성 강화가 학교 내 성폭력 근절에 기여할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4일 판결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겠다면서도 "교사 누구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 모두 공개될 위험이 있어 법원 판단을 받고자 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 눈총을 샀다. 피해 학생들에 대한 사과는 한 줄도 없었다.

'거북이 행정'으로도 비판을 자초했다. 판결 이후 2주 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측에 후속 조치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한다. 1심 판결 때 즉각 연락해 항소 뜻을 밝혔던 것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행정청의 장이 당사자인 행정소송은 검찰 지휘를 받는데 관련 절차가 끝나지 않아 공개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판결 이후 일주일여가 지나고서야 상고 포기 의사를 검찰에 전달했다고 하니 서두를 의지가 없었다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신원 특정은 여전히 우려된다"며 끝까지 가해 교사들을 걱정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는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처음으로 성인권 정책전문관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성평등팀'을 신설했다. 이런 시도들이 '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진정성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최근 면담을 신청했다. 하루빨리 정보공개가 이뤄지도록 촉구하고 지금껏 미룬 데 따른 사과도 요구하겠다고 한다.

이들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학교 내 성폭력으로 피해 본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이제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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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news1.kr/articles/?416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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