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출생률 말고 여성 자살률을 보라"... 거리에 울려퍼진 외침
“출생률 말고 여성 자살률을 보라”… 거리에 울려퍼진 외침
입력 :2021-03-08 17:54ㅣ 수정 : 2021-03-09 03:44
‘여성의 날’ 도심에 나온 여자들
코로나 맞물린 여성 근로조건 악화 강조
“자살률 낮아지는데 20대女만 43% 급증”
“공적 의료로 임신중지 보장” 등 목소리
▲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출생률’, ‘자살률’을 몸에 그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20대 청년 여성 자살률이 43%나 급증한 현실 속에서 정부가 출생률보다 여성의 고통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온·오프라인에서 여성들이 결집했다.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에서 유래됐다. 이후 유엔이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하고, 우리나라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해 3월 8일을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여성 노동’에서 출발한 기념일인 만큼 이날 여성 노동과 관련된 행사와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성별 임금격차와 코로나19 재난 상황이 맞물려 더 열악해진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포스트잇 시위를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학교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선언하는 기자회견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다른 청소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행사를 준비했다.
여성 노동 외에도 다양한 의제들이 등장했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다른 성별, 세대의 자살률이 미미하게 감소하는 가운데 20대 청년 여성 자살률만이 43% 급증했다”면서 “출생률이 아닌 자살률을 보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올해부터 사라진 낙태죄를 두고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여성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3.8km를 뛰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와 함께 해시태그 인증샷을 남기는 온라인 행사를 준비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50분간 1인가구 여성, 운동하는 여성, 재보궐 선거, 여성취준생 등 다양한 주제의 익명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어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매년 여성의 날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한국여성대회’는 올해 열리지 않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 유출 사건에 연루된 여성연합은 여성대회를 여는 대신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