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대통령이 알아야 할 학교 이야기 ⑦] '미세먼지 민감군' 학생이 겪어야 할 사회
제발 '유급'이라도 면하게 해 주세요
[대통령이 알아야 할 학교 이야기 ⑦] '미세먼지 민감군' 학생이 겪어야 할 사회
▲ 미세먼지 민감군의 학생에게 미세먼지 고농도의 날, 아픔보다 힘든 것은.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의 경우와 질병결석의 경우만 결석을 인정하여 미세먼지 민감군의 학생들은 미세먼지 고농도의 날, 아픈 몸에도 결석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
ⓒ 강미정 활동가 |
문재인 대통령님. 제가 어릴 적 학교에 다닐 때 "개근상을 받느니 못 받느니"하는 말은 들어봤어도 "유급이 걱정이야"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타의적으로 유급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혹시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학교는 연간 190일의 수업 일수가 있습니다. 그중 60일을 초과하여 결석하면 유급입니다. 결석이 출석으로 인정되는 때도 있는데, 학교가 아닌 곳에서 체험을 통해 학습한 경우 미리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후 결과를 제출하는 등 일정 양식과 절차에 의해서입니다.
이런 체험활동을 위한 결석은 연간 10~20일까지 가능했으나, 코로나 이후 40일까지로 연장되었습니다. 체험 활동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을 해주니 적어도 40일은 결석을 해도 되겠네요. 그런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세먼지 민감군
A는 앞서 나열된 증상 중 상당 부분을 겪는 아이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황사 철인 봄, 중국이 난방하는 겨울 등 편서풍이 부는 날이나 대기 정체인 날들을 제외하고 유치원에 갈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정부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매월 일정 일수 이상의 출석이 확인되지 않으면 개인부담금이 늘어납니다. 월 10만 원 정도만 내면 될 것을 30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가기 싫어서 안 간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는데 말이지요.
이 부당함이 인정되었는지 2018년도부터 미세먼지 고농도인 날 결석 시 출석이 인정되었습니다. 덕분에 A는 각각의 제출 양식과 절차에 의해 질병과 체험 학습으로 인한 출석으로 인정되는 유치원 결석에 대한 고민을 더는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A는 다음 해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다릅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와 단 한 살 차이가 날 뿐인데,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고농도에 결석할 경우, 어린이집과 달리 출석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질병과 체험학습으로 인한 결석이 출석으로 인정이 되었지만, 학교는 체험학습의 경우만 출석으로 인정이 됩니다. 체험학습은 사전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결석 후 결과지를 제출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당일에 예보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당일이 되어야 그나마 예보 정확도도 높아집니다. 미세먼지 고농도 당일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체험학습을 사용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란 말씀입니다. 체험학습을 사용하지 않으면 결석이지요. 그것이 연간 60일을 넘으면 유급입니다. 유급 어렵지 않습니다.
'미세먼지 고농도에 노출될 때 아플 수도 있다'는 진단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질병결석 시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 학교에서도 질병결석 처리 과정은 비슷합니다. 진단서 등을 가져오면 됩니다. 질병으로 결석을 하거나 그냥 결석하거나 어차피 똑같은 결석인데 무엇 하러 번거롭게 진단서를 제출하느냐고요?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무단결석이거든요. 무단결석이나 질병 결석이나 결석이 60일을 초과하면 유급인 건 매한가지인데, 적어도 질병결석 시에는 아동학대 의심은 받지 않으니까요. 이유 없이 결석한 것이 아니라는, 결석의 이유가 '인정'되니까요.
한데, 이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미세먼지 고농도에 노출될 때 아플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의사들이 진단서를 떼어주지는 않습니다. 과거 여러 가지 증상에 관한 처방내용이 있었어야 그마저도 가능한 것이지요. 지난한 세월 동안 아이를 돌보며 미세먼지 고농도 노출 시 아이의 건강 상황이 어떻게 될지 익히 알고 있는 부모 중 그 어떤 부모가 뻔히 아는 결과를 만들까요? 한 번 아프고 나면 더 조심하는 게 부모입니다. 아니까 노출을 최소화해서 병원에 갈 일을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1년 내의 진료 내용이 없으면 질병결석 조차도 '인정'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미세먼지 고농도인 날 결석이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었던 것은 2018년으로 대통령님 당선 이후였습니다. 공약 중 하나인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 먼지 저감 종합 대책 마련'을 이행하시나 보다 기대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가 만들어졌고, 초미세 먼지 35㎍/㎥ 이상이면 나쁨으로 환경기준이 강화되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사회재난으로도 인정이 되었습니다.
'학교보건법'에는 '대기오염 대응 매뉴얼' 조항이 신설되어 대기오염 단계별 실외수업에 대한 점검 및 조치, 실내 공기 질 관리를 위한 조치사항 등과 세부 행동요령도 마련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정화 설비 등 설치' 조항이 신설되어 각 교실에 공기를 정화하는 설비 및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그럴듯한 그림이었을 뿐일까요? '학교보건법'에 마련된 대기오염대응매뉴얼은 권고사항일 뿐이라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며, 공기를 정화하는 설비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 실내공기질 측정이 가능한 기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으나 말뿐입니다.
사회재난인데 권고? 의무로 보호해야
마음 같아서는 의무교육 책임지라며 결석 시 학습권까지도 보장해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학습권을 보장할 수 없다면 유급이라도 면하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공기 질이 담보된다면 결석할 이유가 없습니다. '학교보건법'에 명시된 대로 공기 정화 설비와 미세먼지 측정기기를 제대로 설치하고 관리해주세요. 제대로 된 설치와 관리 감독 없이 돈밖에 모르는 양심 불량 업체만 배 불리지 마시고 우리 아이들 좀 살려주세요.
업체의 말만 믿고 효과를 증명할 수 없는 장비를 설치하는 학교가 넘쳐납니다. 아이들을 과학적으로 보호해주세요. 또한 대기오염 대응 매뉴얼을 권고가 아닌 의무로 해주세요. 이도 저도 안 해 주실 거라면 유급이라도 면하게 '미세먼지 고농도 결석 시 출석으로 인정'이라도 해주세요. 대통령님, 미세먼지는 사회재난에 걸맞게 더는 결석을 '인정'씩이나 받게 하려는 고민을 안 할 수 있게 '유급'이라도 면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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