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인아미안해 외친 국회의원들, 지금 뭐하고 있나?”
“정인아미안해 외친 국회의원들, 지금 뭐하고 있나?”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정인아’ 이름 부르며 ‘미안해!’를 외친 국회의원들! 그리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강병원, 강선우, 고민정, 고영인, 김미애, 김민석, 김성주, 김원이, 남인순, 백종헌, 서영석, 서정숙, 신현영, 이용호, 이종성, 인재근, 전봉민, 정춘숙, 조명희, 최혜영, 최종윤, 최연숙, 허종식 국회의원은 들으십시오.
당신들이야말로 바로 이 나라에 진상조사를 외쳐야 할 사람들입니다. 왜 아동들이 속절없이 죽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죽음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라며 국가에 요구하는 일이 바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란 말입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가 알고도 모른 채 하는 뻔뻔한 지금 이 순간에도 숨죽인 비명 끝에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국가적 위선이고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발언 중 일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보내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지키지 못한 이름을 부릅니다. 아동학대 특별법, 5월에는 반드시!’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아동학대 특별법(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은 대통령 직속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아동보호 및 아동학대 근절과 관련한 개선사항 대책 마련 등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5일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병 국회의원)이 여·야 국회의원 139명의 동의를 받아 대표발의 했으나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만 됐을 뿐 아직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회를 맡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어린이날이 아이들과 기쁘게 보내야 하는 특별한 날인데 연이은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로 기뻐하기 힘든 감정들이 존재한다. 책임 있는 국회가 아동학대 사망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을 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의 분노와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면서 “5월에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했다.
◇ “법 사각지대서 아이를 잃어본 엄마로서…법 통과 간곡히 호소드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어린이생명안전법 중 태호·유찬이법 제안자인 태호 아빠, 김장회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와 태호 엄마, 이소현 활동가가 함께 참석했다.
이소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저는 지난 2019년, 아들을 잃고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를 위해 이 자리에 섰었고, 2021년 오늘 이제 갓 돌 지난 제 딸과 함께 곧 출산을 앞두고 있음에도 또다시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 활동가는 “당사자인 내가, 엄마인 내가 이 자리에 서지 않으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까 봐 또 왔다. 정인양의 사망사건 이후로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죄 없이 죽음까지 당하고 있는 이 현실을 막아 달라. 온 국민이 공감하고 온 국민이 원하는 ‘아동학대 특별법’인데 이곳 국회만 멈춰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활동가는 “지난 2019년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내주면 조금은 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이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게 없다”면서 “시간이 없어서…혹은 다른 법안에 밀려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안들은 계속 밀려나기만 하고 있다. 지금도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아파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소현 활동가는 “그 무엇보다 생명은 소중하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아이를 잃어본 엄마, 저는 그 심정을 알기에 두고 볼 수가 없기에 법 통과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 “아가, 너를 좀 더 빨리 알아보지 못해 미안해…목소리를 모아 너희들을 지킬게”
이날 윤정인·배수민·곽지현 세 명의 활동가는 아동학대 피해아동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보내왔다. 기자회견장에서 그 편지를 다른 활동가들이 대신 읽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정인 활동가는 천안 아동학대 아동인 준호에게 “아가, 너를 좀 더 빨리 알아보지 못해 미안해. 반복된 폭력에 무뎌지고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 체념이 익숙했을 너의 모습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심하게 넘긴 어른들이라서 정말 미안해”라고 너무 늦게 알게 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배수민 활동가는 “아줌마는 너무 슬프지만 가만히 슬퍼만 하고 있지는 않을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처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버리는 아이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아줌마는 친구들과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고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곽지현 활동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서가 아닌 너희들 그 자체로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사회와 법에 의해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아 법 만드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을 지켜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 "‘누구야 미안해’ 챌린지? 소시오패스냐? 부끄러운 줄 알면 SNS질도 하지 말라”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감정에 북받친 장하나 사무국장은 “저희가 이 법안(아동학대 특별법)을 통과해달라고 몇 번씩이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일인지 모르겠다”라면서 국회의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 사무국장은 “국회도 10월 양천아동 사망사건(정인이 사건) 났을 때 법안 하나 안 냈다. 1월 방송 나오고 나니까 경쟁하듯 관련 법안 쏟아내고, 부끄럽지 않냐. ‘누구야 미안해’ 챌린지? SNS 인증샷? 소시오패스냐? 부끄러운 줄 알면 SNS질 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어 “아동학대 특별법 동의한 139명 의원 발의 고마웠다. 그런데 어떤 법안에 동의했는지, 무슨 내용이 특별법인지 139명은 알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졸속으로 내놓은 대책으로 아동학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새롭게 내놓은 것도 아니고 몇 줄 고쳐서 또 내고, 또 내고, 국민이 아주 어리석은 바보, 개, 돼지로 보이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희도 아이들의 죽음을 막을 지름길이 있고 묘책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게 없다. 영국과 미국도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정부가 대책 내놨다. 그들이 게을러서 대책 마련에 오래 걸린 게 아니”라면서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를 통해서만이 아동학대 대응시스템과 아동보호체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동이 유권자라면 그렇게 무시할 수 있겠냐”면서 “아동의 죽음에 마치 해법이라도 있는 듯 내놓는 대책들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 그것이야말로 오만이다. 국가 차원의 성역 없는 진상조사만이 아동보호체계의 대대적인 개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동안 아동학대 특별법이 국회에서 잠자는 동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 나태와 안일함에 아동들은 죽음의 행렬을 잇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아동들이 죽음으로 정치권의 망각을 일깨워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들은 어린이날을 맞아 지키지 못한 아동학대 피해아동에게 쓴 보내지 못할 편지를 ‘새’를 통해 하늘로 전해지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우리는 아무도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잊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국회는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망각하지 마라! 국회는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한편, 정치하는엄마들은 김상희 국회부의장의 '아동학대 특별법' 대표발의 당시 환영 성명을 낸 것을 시작으로 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2월 16일, 4월 27일에 이어 이날 세 번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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