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편집전 원문]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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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때문이라고?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나는 서울에 산다. 서울시민 57%가 세입자라는데(정말 그렇게 조금뿐?)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지금 사는 집은 2019년 10월에 전세 2억3천만 원에 빌린 아파트다. 당시 매매 실거래가가 3억5천만 원 선이었는데 지난달에는 6억5천에 팔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당시 실거래가는 2억7천만 원이었다. 이보다 더 오를 순 없을 것 같던 집값이, 오늘 검색하니 7억~7억5천만 원 선으로 매물이 나와 있다. 한 달 만에 또 1억이 오른 것은 소위 ‘오세훈 효과’다.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에 참패해서 민주당보다 내가 더 살기가 힘들다.

 

민주당의 선거 패배 원인은 한둘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도 큰 이유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전셋값은 2억3천에서 2억7천~3억대로 올랐다. ‘설마 세 들어 살던 사람한테 몇천만 원씩 올려 받겠나?’ 근거 없는 희망도 품어 보지만, 오는 10월에 우리 가족이 전세 난민이 될지 말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집 가진 사람은 재산 가치가 두 배가 되고, 집 없는 사람들은 집 살 엄두도 못 내게 되고, 전·월세도 따라서 올라 집안 살림은 쪼들리고, 아니면 싼 집 찾느라 개고생하고 이사하느라 수백만 원 깨지고, 이사할 동네의 어린이집·유치원 평판은 어떤지 검색해야 하고, 학생들은 전학하느라 친구들하고 헤어지고, 아동들은 새로운 기관에 적응해야 하고.... 이 와중에도 정부는 정책 실패를 쉬이 인정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청와대발 ‘내로남불’ 부동산 투기 논란은 집 없는 ‘설움’을 ‘분노’로 승화시켰고 정권 심판의 도화선이 되었다.

 

2019년 3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현 열린민주당 의원)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이 일자,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을 대상으로 주택 한 채를 제외하고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 소재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시세보다 2억 높게 내놨고 ‘매각하는 척’했다는 비판이 일자 제 손으로 사임해버렸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 역시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의 아파트와 서울 서초의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아 화를 자초했다.

 

2019년 12월에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했던 장하성 주중대사(초대 정책실장)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부동산 호재를 누린 사실이 알려졌다. 장 대사의 서울 송파 소재 아파트는 17억9천만 원에서 28억5천만 원으로, 김 전 실장의 경기 과천 아파트는 9억 원에서 19억4천만 원으로 각 10억 이상 올랐다는 보도에, 고의성 여부를 떠나 민심은 들끓었다. 올해 3월에는 ‘삼성 저격수’로 알려졌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 이 통과되기 하루 전날, 본인 소유의 강남 소재 아파트 전셋값을 14% 올려 계약한 것이 알려져서 반나절 만에 경질됐다.

 

문제는 부동산뿐 아니다. 조국, 추미애 두 전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과 이에 대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열성 지지자들의 옹호.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두 전직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과 당헌 개정을 통한 민주당의 공천 강행, 반성은커녕 쇄도한 2차 가해. 작년 7월 안희정 모친상에 이어진 여권 인사의 조문 행렬...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영선 전 장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의원(초대 국무총리), 정세균 전 총리,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이광재 의원, 이인영 장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이 모두 빈소를 찾았고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단체장 명의 조기를 보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 때문에 나는 아직도 우울감에 시달린다. 대통령으로부터 국민 취급도 받지 못한 모멸감을 씻어낼 길이 없다. 피해당사자는 오죽할까...

 

선거도 졌는데 왠 뒤끝이냐고? 민주당 내에서 페미니즘 때문에 졌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들려서 그렇다. 탁현민 씨는 결국 1급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 당에 페미니즘이 어디 있나? 온 국민이 다 아는 참패 원인으로 지면을 낭비하더라도, 입 닫고 있으면 실어증에 걸릴 것 같아서, 뒤끝작렬이다.

 

*주간경향 기사: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21043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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