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어린이날 특집] ⑫ ‘뽀뽀뽀’와 ‘TV유치원’만 있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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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특집] ⑫ ‘뽀뽀뽀’와 ‘TV유치원’만 있으면 그만?

자체제작 프로그램 극소수…소재·등장인물도 다양성 부족

국내외를 막론한 콘텐츠 산업계가 어린이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국내 공영방송사의 어린이 프로그램 홀대는 여전하다. KBS와 MBC가 1980년대 선보인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갈 뿐 적극적인 투자는 뒷전으로 미룬 탓이다. 의무적인 비율을 맞추는 관성화된 편성에서 벗어나 공영방송이 해야 할 역할을 찾아야 한다.

현재 교육방송을 제외한 두 지상파 공영방송사가 방영 중인 어린이 콘텐츠는 애니메이션 또는 소수의 학습·교양 프로그램에 그치고 있다. KBS 1TV는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3시대 애니메이션, 2TV는 오후 3시~5시 사이 애니메이션 및 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자체제작으로 볼 만한 프로그램은 ‘TV유치원’과 ‘누가 누가 잘하나’ 뿐이다.

MBC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낮 12시대에서 오후 1시대, 금요일 낮 1시대, 토요일 아침 시간대에 애니메이션 및 교양 성격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프로그램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교양 2건, 정보성 프로그램 1건이다. 이 가운데 MBC가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뽀뽀뽀 친구친구’와 ‘꾸러기 식사교실’ 정도다.

▲KBS 2TV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 갈무리

▲KBS 2TV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 갈무리

스튜디오 제작물인 KBS2 ‘TV유치원’, MBC ‘뽀뽀뽀 친구친구’는 어린이 중에서도 낮은 연령대를 위한 학습 프로그램으로서 성격이 짙다. 7세 이상,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 다양한 발달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의 시청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기보다 관성적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숙한 어린이’들이 ‘성인 선생님’ 도움을 받아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다문화 가정, 장애어린이를 비롯해 실제로 존재하는 어린이들이 보이지 않는 측면도 여전하다.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이 KBS와 MBC에 비해 월등한 교육방송 EBS도 문제가 지적돼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정치하는엄마들’이 2020년 상반기 EBS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스튜디오물과 애니메이션 모두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설정이 확인됐다.

스튜디오 제작물에서 선생님 역할은 남성 74.1%, 여성 25.9%였다. 파란색 계열로 상징되고 성격이 거친 캐릭터는 남성, 붉은색 계열에 감정적 캐릭터는 여성으로 표현됐다. 해당 시기 방영된 애니메이션에서는 등장인물 60%가 남성, 여성은 29.7%에 그쳤다. 남성은 과대대표, 여성은 과소대표된 가운데 특정 성별의 성격을 정형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영방송사들이 공적책무 강화를 약속할 때마다 지향점으로 삼는 영국 BBC의 경우 전형적인 캐릭터 등장은 최소화하고 있다. BBC가 만 6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전문채널 ‘시비비스’(CBeebies)에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인물이 동등한 성비로 출연한다.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어울리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MBC에서 방영 중인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친구친구'

▲MBC에서 방영 중인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친구친구'

좀 더 높은 연령대의 어린이·청소년 채널인 CBBC는 오락·애니메이션·드라마·뉴스·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해 청소년 드라마 ‘더 넥스트 스텝’(The Next Step)의 경우 등장인물 간 동성 키스신이 방영되자 일부 시청자 불만이 들끓었으나, CBBC는 앞으로 더 많은 성소수자 어린이·청소년의 삶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박유신 석관초등학교 교사는 “어떤 어린이도 콘텐츠를 보면서 소외받는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른들이 만든 고정관념에 따라 ‘센터’에 예쁘고 날씬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성비를 맞춘다 해도 희화화된 캐릭터로 뚱뚱한 아이가 나오거나, 피부색이 다르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불쌍한 대상으로 나와선 안 된다. 아이들의 서사가 동등하게 다뤄져야 하고,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이 어린이들의 다양한 호기심에 대한 올바른 경로를 마련할 필요성도 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경기 백양초 6학년, 대구 경동초 6학년, 서울 석관초 4학년 등 3개 학급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미디어(유튜브)’를 물어본 결과 두드러지는 특징은 ‘겹치는 채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게임, 예능 채널뿐 아니라 과학, 수학, 영화, 뷰티, 스포츠, 음악, 바느질, 집 만들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콘텐츠와 채널명이 아이들의 입에서 등장했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어른의 관점에서 한정짓기보다 실제 관심사에 섬세하게 접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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