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8~2020년 스쿨미투 연루 교사 469명…몇명이 학교 떠났을까?

프로젝트

2018~2020년 스쿨미투 연루 교사 469명…몇명이 학교 떠났을까?

전교조·국회 등 스쿨미투 운동 3주년 포럼

학교와 교육기관 등 어떻게 대응했나
불법촬영 교사 단죄…피해자는 실태도 몰라
가해자-피해자 분리법안도 아직 국회 계류중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하는 등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하는 등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내가 피해자는 맞는지, 내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제도와 방법이 있는지도 전부 우리가 알아봐야 했다. ‘분명 피해 당사자는 나인데 왜 내가 애걸복걸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18년 초 시작된 ‘스쿨미투’(교원이 가해자, 학생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에 뜨겁던 여론과 관심은 식어갔지만 그 이후에도 피해자들이 견뎌야 하는 시간은 길었다. ‘경남 A교사 불법촬영 사건 대응 모임’의 박지민 활동가는 막막했던 그간의 심정을 표현하며 “알 수 있는 정보도 없었고, 피해 지원 대처도 소극적이었다. 경남도교육청은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라는 이유로 (불법촬영이 시도됐던) 수련원에 다녀간 학교의 피해 실태에 대해선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교사는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피해 실태조사와 사후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일 스쿨미투 운동 3주년 포럼을 열고 이후 학교와 교육기관 등이 이에 어떻게 응답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일 스쿨미투 운동 3주년 포럼을 열고 이후 학교와 교육기관 등이 이에 어떻게 응답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열린 스쿨미투 운동 3주년 포럼에서 학교와 교육기관 등이 2차 가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가 공동 주최하고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 경남 불법촬영 대응 모임 등 시민단체가 함께 한 이 자리에서는 피해를 본 청소년을 사건 이후에도 보호해주지 못했던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용화여고의 첫 스쿨미투 이후 용감한 고발을 한 학생들은 많았다. 학부모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지난 11일 공개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스쿨미투에 연루된 교사는 469명이었다. 그러나 사법기관은 물론 학교조차도 학생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지혜 위티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론화를 막고 고발자가 누구인지 색출하려고 시도했다. 스쿨미투 고발로 지목된 가해 교사는 대부분 제대로 된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짚었다.

 

학교현장에선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적으로 분리하는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1월 공개된 서울시교육청의 ‘2018년 스쿨미투 가해교사 징계현황’을 보면 2018년 당시 48명이 스쿨미투 가해교사로 징계대상에 올랐으나 감사를 거쳐 파면(3명), 해임(8명), 계약해지(2명) 등으로 교단을 떠난 교사는 13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교사 35명은 정직(11명), 견책(10명), 감봉(7명) 등에 그쳤다. 행정상 조처인 주의 처분을 받은 교사는 4명,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은 교사도 한 명 있었다.

 

양지혜 위티 사무처장은 성고충심의위원회, 학교폭력위원회 등 사안을 논의하는 기구에 교사위원이나 외부 자문위원은 존재하지만 학생위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징계 절차에서도 학생과 피해자의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교사와 학생 간 기울어진 권력관계가 사건 처리 과정에도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사무처장은 “스쿨미투 고발이 ‘교권 침해’를 부른다는 주장도 지속해서 힘을 얻고 있다”며 “고발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선생님께 어떻게 그럴 수 있냐’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심지어 사법절차 진행 과정에서도 2차 가해를 당했다. “그런 일(성추행)이 있을 것 같았으면 왜 헐렁한 치마를 팽팽하게 당겨 앉지 않았나?” 용화여고 스쿨미투 고발자가 재판정에서 가해자가 치마에 손을 넣었다고 증언한 뒤 가해자 쪽 변호사에게서 들은 질문이다. 이 사건의 1심 선고는 발생 3년이 지난 올해 2월에서야 이뤄졌고, 가해교사는 징역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나 학대를 저지른 교원이 수사를 받게 되면 직위해제를 통해 피해 학생과 즉각 분리하는 내용이 담긴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스쿨미투 처리현황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학교 이름 비공개를 고집해 공론화를 차단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희연 시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양지혜 위티 사무처장은 “스쿨미투 이후 정부의 대책은 사안 처리를 위한 형식적 절차에 그쳤고, 학교 문화와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용기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원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96316.html#csidxea1865a262d1b4f99bd9743b752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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