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③창백한 푸른 점 - 칼 세이건
[장하나의 내 인생의 책]③창백한 푸른 점 - 칼 세이건
생각의 차원이 바뀌는 순간
1980년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13부작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봤다. 매일 밤 올려다본 검은 하늘을 TV를 통해 제대로 만난 것이다. 13부작을 다 보지 않았지만 <코스모스>가 만든 파문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속에 일렁인다.
<창백한 푸른 점>은 일곱 살인 내 딸에게 언젠가 선물할 책이다. 책으로도 펴낸 <코스모스>의 두 번째 문장에 모든 이유가 있다. “코스모스를 정관(靜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그렇다. 코스모스를 정관할 때면, 대자연의 웅장함이 주는 감동이 나를 압도한다.
‘울림’ 자체도 황홀하지만,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10대 때부터 ‘나는 누구인가, 왜 살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이 나를 따라다니는데, 그걸 알아내려면 생각하는 힘이 좋아야 한다. 사람의 사고력은 매순간 축적되는 새로운 경험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래서 경험을 멈추면 생각도 자라나기 어렵다. 따라서 우주를 경험한다는 것은 생각의 힘을 기르는 데 엄청난 양분이 된다. 가령 코스모스를 만난 후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볼 때 피식 웃게 된다. 예술작품으론 여전히 감동적이지만 신이 인간을 닮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지 2개월 뒤인 1977년 8월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가 발사됐다. <창백한 푸른 점>은 1990년 2월 해왕성 궤도 밖에 도달한 보이저 2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에 칼 세이건이 붙인 설명이자, 1994년 낸 책의 제목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다른 별에 사는 지적 존재에게 지구는 어떻게 보일지, 전에 없던 관점으로 지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다. 어릴 적부터 내가 우주인인가 싶을 정도로, 밤하늘을 볼 때면 노스탤지어가 샘솟는다. 우주를 알수록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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