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이주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사람입니다._박민아활동가

이주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사람입니다.

 

지난12월 겨울 한파 속에 이주노동자 눈 속행님이 차가운 바닥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져 있습니까?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월 포천일대의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직접 방문하였습니다. 그 실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참혹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차광막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 패널로 되어있는 방 한 칸, 그 곳이 이주노동자들이 긴 노동을 마치고 쉬는 기숙사였습니다.

 

위태롭게 놓인 LPG 가스통이 금방이라도 넘어져서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그 곳에,

영하 10도가 웃돌던 겨울, 꽁꽁 언 물로 빨래를 하던 그 곳에,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여름이면 기숙사가 있는 비닐하우스 안이 찜통으로 바뀔 그 곳에,

빨간 대야 위에 나무판자를 올려놓고 여자화장실이라고 하던 그 곳에.

 

바로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단 하루 동안 돌아본 포천일대의 기숙사의 실태는 사람이 살기 힘든, 그런 곳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실태를 정말 몰랐을까요? 아니면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걸까요?

정치하는엄마들이 단 하루, 돌아본 기숙사실태만 하더라도 끔찍하기 짝이 없었는데, 정부는. 지차체는. 고용노동부는. 과연 실태조사를 하긴 한 겁니까!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 해 보시긴 한 겁니까! 하루만 돌아봐도 이렇게 끔찍한 실상을 마주하는데, 과연 눈으로 직접 보시고 대책을 내놓기는 하는 겁니까!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숙사 일대를 방문 후 기숙사 6곳을 근로기준법 시행령 55,56조 위반, 농지법·건축법 위반으로 고발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55조에는 기숙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555 화재 예방 및 화재 발생 시 안전조치를 위한 설비 또는 장치를 갖출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에 취약할 할 뿐만 아니라, 저희가 다녀온 이주노동자 기숙사는 LPG용기 보관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화재에 매우 취약한 거주형태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6

56(기숙사의 설치 장소) 사용자는 소음이나 진동이 심한 장소, 산사태나 눈사태 등 자연재해의 우려가 현저한 장소, 습기가 많거나 침수의 위험이 있는 장소, 오물이나 폐기물로 인한 오염의 우려가 현저한 장소 등 근로자의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가 어려운 환경의 장소에 기숙사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설치 장소가 농지 한 가운데 있고 농어촌비거주지역은 자연 재해와 침수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장소이므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6조를 위반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53

3. 채광과 환기를 위한 적절한 설비 등을 갖출 것

 

하지만 비닐하우스 자체가 환기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 위를 검은 천으로 덮어 채광이 적절히 들어온다 할 수 없습니다. 이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553항을 명백하게 위반했다 볼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이제 한국 경제에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노동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을 입고 먹고 살아갑니다. 그들의 노동력 없이는 우리사회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처우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을 그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서비스라 여기지 마십시오.

그런 차원의 대책과 제도개선은 원하지 않습니다.

 

먼 타지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와 한국경제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퍼주어도 모자를 판에 사람답게 살아 갈 권리조차 누릴 수 없게 하는 것입니까.

 

사람입니다. 편안한 곳에서 쉬어야 되고 따뜻한 곳에서 자야하고 누가 침입할지도 모르는 걱정 없이 내 공간에서 안전하게 쉬어야 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를 제공해 주십시오.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원하면 변경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에게 원치 않는 사업장 변경 등의 불이익이 가지 않게 해주십시오.

사람을 사람답게 봐주십시오. 인권이 깃든 밥상을 원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피눈물로 자란 농산물 먹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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