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탐사][단독] 맥도날드 ‘스티커 갈이’ 3년 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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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햄버거 빵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 3년 전부터 이뤄졌다 [이슈&탐사]

[맥도날드의 불안한 식자재] ① 유명무실 유효기간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가 이뤄진 토르티야. 2020년 ○월 4일 새벽 2시쯤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토르티야에 붙은 스티커를 떼어내자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스티커가 나타났다. 제보 영상 캡처

 

맥도날드 일부 매장의 ‘식자재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가 최소 3년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햄버거병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던 맥도날드가 자체 품질관리 기한인 ‘2차 유효기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직후 일부 매장에선 되레 강화된 식자재 관리 기준을 어기고 있던 것이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9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맥도날드 일부 매장 내부를 찍은 제보 영상 50여개를 확보해 분석했다. 이들 영상에는 2차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폐기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을 늘린 스티커를 덧붙인 식자재 부실 관리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가 확인된 첫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2019년 12월이었다. 제보 영상에 따르면 이를 포함해 2020년 5·12월, 2021년 1·2·7월에 모두 17차례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커 갈이는 주로 냉동 상태로 보관하다가 해동해 쓰는 냉동번(햄버거 빵)이나 토르티야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보관하고 있는 영상 30여건도 확인했다. 제보 영상과 내부 고발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맥도날드 일부 매장의 스티커 갈이는 201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 A씨는 18일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는 오래된 문제로 안다. 이번에 영상에 찍힌 것도 일부분”이라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유효기간은 맥도날드 스스로 정한 식자재 관리 기준이다. 유통기한과 같은 ‘1차 유효기간’보다 짧은 2차 유효기간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지키도록 한 것이다. “원재료 품질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유지·제공하기 위해서” 유통기한보다 짧은 2차 유효기간을 정해 지키고 있다는 게 맥도날드의 설명이다.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을 넘긴 식자재를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맥도날드가 신선한 식자재를 쓴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내세운 2차 유효기간이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맥도날드는 2019년 11월 ‘주방 공개의 날’ 보도자료를 통해 2차 유효기간 규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맥도날드는 “원재료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존 유효기간보다 더욱 강화해 관리하는 맥도날드 자체 품질관리 유효기간”이라고 2차 유효기간을 설명했다. 2차 유효기간을 자동으로 계산해 스티커로 출력하는 ‘2차 유효기간 프린터’를 도입한 사실도 공개했다.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는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뒤인 12월 중순 일부 매장에서 시작됐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방 공개의 날 행사가 열린 바로 다음 달이었다. 취재팀이 확인한 영상에는 치킨랩 등에 쓰이는 토르티야의 비닐포장 위에 2차 유효기간 스티커가 겹쳐져 부착된 장면이 포착됐다. 2차 유효기간을 넘긴 토르티야에 유효기간 일시를 새로 입력한 스티커를 덧붙인 것이었다.

맥도날드 일부 매장에선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를 하지도 않은 채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2019년 9월 초순에 찍힌 한 제보 영상에는 2차 유효기간이 지난 냉동번(햄버거 빵)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 중인 장면이 포착됐다. 새벽 2시쯤 촬영된 이 영상 속 냉동번의 비닐포장 겉면에는 2차 유효기간이 전날 오후 2시로 기재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폐기 시점이 1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다음 날 판매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한 것이었다. 맥도날드의 한 아르바이트생은 “마감 시간 이후 매장 내에 보관 중인 식자재는 판매 목적으로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한두 매장 문제 아니다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2019년 ○월 9일 새벽 2시쯤 촬영한 냉동번(햄버거 빵). 아래 사진은 2020년 ○월 27일 새벽 2시쯤 찍은 케네디언 베이컨. 이들 식자재 모두 맥도날드 스스로 설정한 2차 유효기간이 이틀 지난 것이다. 제보 영상 캡처

2차 유효기간을 넘긴 베이컨이나 양상추, 양파 같은 식자재를 폐기하지 않은 영상도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제보 영상에 따르면 2019년 가을 유효기간이 32시간 지난 ‘케네디언 베이컨’이 포장이 뜯긴 채 맥도날드의 한 매장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

그해 11월 말 새벽에 촬영된 영상에는 당일 오전 7시7분이 2차 유효기간인 양상추가 보관돼 있는 장면도 있다. 이 매장은 오전 8시에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 식재료는 모두 폐기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2020년 겨울에는 촬영 당일 오전 7시41분이 유효기간인 건조양파도 포착됐다. 마찬가지로 폐기했어야 할 식자재였다. 이처럼 2차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폐기되지 않은 식자재가 확인된 것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0여건이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점장을 포함해 관리자급 지시 없이는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나 유효기간 위반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2차 유효기간 스티커를 뽑는 프린터는 점장이 아니면 손을 못 댄다”면서 “덧붙인 스티커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 스티커 갈이 지시를 했다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제보자 A씨는 “처음에는 기존 스티커를 떼어낸 뒤 새로 붙이다가 나중에는 만성이 돼서 기존 스티커 위에 부착을 했다”며 “‘누가 이것까지 보겠느냐’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스티커 갈이는 일부 매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매장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은 “‘단속 떠서 영업정지되면 네가 책임질 수 있냐’면서 (스티커 갈이를) 시켰다”고 말했다. 스티커 갈이는 서울 대구 전남 등지 매장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맥도날드, ‘法 빈틈’ 빠져나가나

유효기간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패스트푸드 식자재와 관련한 현행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맥도날드의 한 햄버거가 지난해 2000만개 이상 판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생 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18일 “해동된 음식은 주방 환경에 따라 급격히 상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처리 조건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즉석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나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며 “스티커 갈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후속 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가 스티커 갈이를 한 것으로 파악된 아르바이트생에게 최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햄버거병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본사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본사의 직접 지시가 없었더라도 관리 책임이라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맥도날드가 유효기간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은 낮다. 2차 유효기간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마치 식자재 관리를 엄격하게 한 것처럼 포장한 데 대한 맥도날드의 ‘윤리 책임’을 묻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맥도날드 본사가 2차 유효기간 위반을 지시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2차 유효기간은 맥도날드 스스로 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기준이어서 식품위생법의 유통기한 위반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식약처는 이달 초 맥도날드 일부 매장의 유효기간 위반 문제와 관련한 공익제보를 심사한 국민권익위원회에 ‘2차 유효기간 위반은 식품위생법에 처벌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분야 전문 변호사인 김태민 식품위생법률연구소 소장은 “2차 유효기간 위반은 스스로 약속한 기준을 안 지킨 문제라서 식약처도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유통기한 지난 걸 팔지 않은 이상 식품위생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김경택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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