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아동학대 피해자 신상 공개, 의도만큼 바람직한 행위인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고발 등
<그것이 알고싶다>, 고발
지난 7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단체 측에서는 제작진이 ‘서울 양천구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관련 방송에서 아동학대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방송한 행위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단체 측은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 공혜정 대표 역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의붓아버지에게 학대 끝에 살해당한 20개월 아동의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한 혐의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위의 대아협, 염동열 전 새누리당 의원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현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언급된 단체들은 지난 2014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동학대 피해 사례를 전시한 사진전을 열었다.
‘2차 피해 가능성 있어’
정치하는엄마들 측 서성민 변호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대아협의 피해 아동 얼굴 또는 신상 공개에 공익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진 자료 등은 사건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데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법을 준수하면서도 공익을 실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피해자가 2차, 3차 고통까지 겪으면서 결국에는 사진을 공개하는 경우가 생기는 일의 원인을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조두순 사건’ 당시 피해 아동을 변호했던 이명숙 변호사는 ‘피해 아동을 위한 정보 공개라고 해도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망인이 된 아동의 경우 더욱 그렇다’라며 생존 피해자는 성인이 됐을 때까지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하는 등 피해 아동과 가족이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사회 변화를 위해’
앞에 서술한 2014년 사진전 당시 시민단체 ‘하늘로소풍간아이를위한모임’(이하 하늘소풍, 현 대아협)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형량이 낮고 대중의 관심이 적은 이유는 사람들이 아직 아동학대의 실체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사진전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아동학대를 고문이자 인격살인, 신체적 살인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언론사 인터뷰를 살펴보면 현재 대아협 대표로서의 입장도 2014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공 대표는 ‘피해 아동을 공개하고 학대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회가 변화하지 않았다’라며 피해 아동의 가족이 그 억울함을 알리고자 사진을 공유해 줬는데 왜 피해자를 숨겨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피해자는 숨지 않아도 되지만
피해 아동이 숨을 이유는 없다.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세상에서 애써 살아남은, 혹은 떠난 피해 아동도 그들 본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모든 범죄의 피해자가 그렇듯이, 이들이 ‘피해자로서’ 대중의 시선 앞에 서는 데에는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신은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자인 자신’을 아는 세상에 머무는 것은 단지 피해자임을 숨기지 않는 것과 또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아동은 그처럼 인생이 걸린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히 성숙한 존재인가? 혹은, 어린 아이에게 ‘사회를 위해 본인을 희생할 것인가’의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정당한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대아협의 의도가 선함을 이해한다. 지적받은 행위가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온 것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은, 상처받은 아동의 사진 없이도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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