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 기자회견

프로젝트

[연대/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 

2021. 11. 17(수) 11:20 국회 정문에서 열린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 차별피해노동자 합동기자회견에 *정치하는엄마들 함께 했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은 비정규직•여성•노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더 큰 타격을 주며 양극화를 가중 시켰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우리 '고다자'들은 코로나19의 위협과 실직의 위협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런 우리야말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유전무코 무전유코의 불평등에 균열을 내자!❞

현장에 함께한 배수민 활동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취재요청서 및 근로기준법 입법발의 관련 자료집은 첨부파일로 확인해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정치하는엄마들>  배수민입니다.
 
저는 지금은 전업주부이자 시민단체의 활동가이지만 결혼 전부터 첫째 아이 출산 전까지 2년 반 동안 학습지 선생님으로 일했었습니다.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을 만나서 수업을 하고 학부모와 상담도 진행하며 이집저집 방문하는 일은 고되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이 일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제 적성에도 잘 맞았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일이었기에 가능하다면 오래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회사 선후배 교사들과 마음도 잘 맞았고 팀장님도 친절했습니다. 간혹 영업의 압박을 받기도 했지만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아이 임신 중에 몸이 너무 힘들었고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어이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저는 이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제 일이 ‘특수고용직‘이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동안 4대보험에 들었던 적이 없었으므로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었고 퇴직금도 없었습니다. 저는 ‘특수고용직’이 도대체 어떤 점이 ‘특수‘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노동은 언제나 여느 회사처럼 회사의 통제와 지시 속에서 이루어졌었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여 직원교육을 받고 근무성실도를 평가받았으며 영업실적을 내기 위해서 회의도 하고 주기적으로 관리자와 면담도 진행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제가 ‘개인사업자’ 즉 사장님이라고 하던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 뜻대로 업무를 기획하거나 업무시간 및 수업지역을 조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세세한 가정방문 스케줄은 제 편의대로 조정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학생이나 수업일정표를 회사로부터 ‘배정‘받고 시작합니다. 어느 신입 교사는 개인사정상 특정 요일에만 일할 수 있었는데 회사에서 반강제로 다른 요일에도 수업을 배치하기도 해서 교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는 걸 봤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는 회사에 고용된 회사원처럼 일했었지만 법은 저를 고용한 사람이 없고 회사가 저에게 일을 도급주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아니었습니다.
 
2007년 산재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특수고용 노동 4개 직종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현재에는 9개 직종으로 확대되었고요. 점점 확대되는 것 같아 반갑긴 합니다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산재보험료 부담률이 일반 근로자와 차별된다는 점입니다. 산재법 개정과 함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도 개정되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일반 근로자는 사업주가 보험료를 100% 부담하지만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50%를 본인이 부담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산재보험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필요성은 일반 근로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다를 바 없습니다. 계약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누구는 보험료 부담비 0%이고 누구는 50%라면 노동자의 안전마저 계약 형태로 차별받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에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이 입법 통과되면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도 함께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청합니다.
 
지금 노동현장에 있는 수많은 특수고용자들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 그리고 자식들입니다. 우리 모두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는 필수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생태계에 살고 있습니다.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자들 모두 필수노동자입니다. 그들이 없는 생활생태계는 불가능한 대한민국임을 늦었지만 인정하고, 사업장 규모 차별 없이, 계약의 형식 차별 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의 당사자로서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용의 차별을 겪지 않는 세상이 올 때까지 정치하는엄마들도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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