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근로장학생, 물리치료사, 피아노 강사…“근로기준법 이의 있습니다”
근로장학생, 물리치료사, 피아노 강사…“근로기준법 이의 있습니다”
계약 형식, 사업장 규모로 차별받지 않는 근로기준법 입법 촉구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입법촉구를 위한 차별당사자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직업의 종류, 계약의 형식,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입법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고용노동부 지정으로 국비를 지원받아 공익사업을 하는 비영리협회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상사가 욕하고 괴롭혀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고 해고됐다. 그때야 내가 가짜로 만든 5인 미만 사업장 직원인 걸 알게 됐다. 괴롭히다 당일 해고해도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 억울함을 다툴 수 없다.”(사무직노동자 김민정씨)
“근로장학생으로 일한 대학생이다. 노동자가 아닌 근로장학생이기 때문에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동을 했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찍소리도 못하는 존재가 됐다.”(근로장학생 남우석씨)
노동자지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업무에 대한 지휘와 감독을 받지만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노동자가 아니라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해서 차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 누구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법률·사회단체들이 결성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근로기준법으로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의 사례를 발표했다.
먼저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피해 증언에 나섰다. 화장품 회사에서 임금체불과 괴롭힘, 부당해고를 겪었다는 김유아씨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하루 출근 인원을 기준으로 해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면 괴롭힘을 당해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 김구식씨는 “5인 미만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들의 경우 과도한 업무나 4대 보험 미가입에 항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노동자나 다름없는데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분양대행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분양상담사 김소연씨는 “1만원의 일비에 계약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부동산 상담사들은 노동자지만 업계 관행으로 근로계약서 없이 개인사업자로 일한다”고 했다. 피아노 레슨업체에서 일했던 피아노 강사 한주연씨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위탁계약서를 써서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이러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한 근로자의 정의(근로기준법 2조)를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사람’으로 넓히도록 했다.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근로기준법 11조)으로 한정한 조항을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바꾸는 개정안도 발의돼있다. 이날 권리찾기유니온, 민주노총, 이주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등 노동단체와 정치하는 엄마들,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 정의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이우연기자] 기사 전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9715.html#csidx75a1e0ad7e2f847a52d7a70a28243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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