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성이 나섰다... "여성혐오 노! 페미니스트 대통령 원해"

남성이 나섰다... "여성혐오 노! 페미니스트 대통령 원해"

[현장] 성평등 지지하는 청년 남성들, 페미니즘 통한 사회 변화 촉구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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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페미인 게 당연한 사회, 페미니즘이 성평등이다."

"우리는 여전히, 아니 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원한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주말, 페미니스트들이 각자가 쓴 손팻말을 들고 도심 한복판에 모여서 '성평등' 구호를 외쳤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여성단체들이 주최한 행사들과 달리, 참가자 중에 남성이 훨씬 많았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행보남) 활동가들을 비롯한 50여 명의 시민들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 각 영역에서의 성평등한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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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남은 정치권과 언론이 만든 '이대남 프레임'에 맞서 성평등을 외치는 청년 남성들의 모임이다. 안티 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이대남'이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는 청년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함께하기를 촉구하고자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2월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통해 '청년 남성'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선판의 '여성혐오 정치'를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성평등"이라며, 각각 '군대' '학교' '건강' '가족' '일터'에서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강조하는 동시에 정부와 남성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남성들이 말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

 

큰사진보기'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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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남 활동가 김연웅씨는 "페미니즘은 군대와 대척점에 있는 생각이 절대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국군을 더 일하기 좋은 군대, 더 건강한 군대로 만들 최선의 '비단주머니'가 바로 페미니즘이다"라고 밝혔다.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했다는 그는 "선진병영을 만들겠다는 이 나라에서 군인들이 마주하는 건 '군인에 대한 조롱과 무시' '상관의 갑질과 폭력' 그리고 '성차별과 '성폭력'이다"라며 "여성들이 군대에 간다고,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느냐. 이것이 해결책이라 말하는 정치인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군인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진정으로 선진병영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군대를 위한 페미니즘을 외칠 것이고, 성평등을 말할 것"이라며 "폭력과 차별이 없는 군대를 만들어 갈 페미니스트 참모총장, 사단장, 소대장, 분대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국방개혁'"이라고 밝혔다. 



행보남 활동가 정재현씨 또한 페미니즘이 약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의 해소를 향해 노력하는 학문이자 사상이라고 강조한 뒤 "구성원이 안전하고, 스스로 지향하는 정체성에 의해 위협을 느낄 일이 없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페미니즘적 가치관의 적극적인 수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모임을 운영하면서 성평등 교육 활동가로 일하는 이한씨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온라인 그루밍과 메타버스 성범죄, 여성 게임 유저 비하 문화가 만연하다. 청소년에게, 미래세대에게는 여전히 성평등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성인지 교육, 성인지 예산에 대해 왜곡해서 전달하는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가짜뉴스 그만 퍼트리고 (성평등)교육 잘 할 수 있게 시간 좀 늘려달라"라며 "정치인 여러분이 성평등을 향한 의지와 진심을 보여달라"라고 주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가장 긴 편이며, 성별 간의 격차는 가장 큰 편"이라며 "남성들이 가정에서 경제력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야근과 철야를 버티도록 강요당해야 오래 일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여성들은 성역할 고정관념과 모성애를 근거로 독박 육아와 가사 노동을 견디게끔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평등한 나라는 노동시간이 짧고, 성별과 직업 상관 없이 보통 오후 4시에 퇴근한다"라며 "여성들에게 경력 단절이 일어날 이유도 없어지고, 남성들 역시 모든 삶의 지표가 다 좋아진다"라고 전했다.



그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남성에게)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착취와 차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라며 "성평등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것을 빼앗는게 아니라, 남성들의 삶에서 건강과 행복을 빼앗아갔던 가부장제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나의 삶을 되찾아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청년유니온 활동가 나현우씨는 성별임금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를, 행보남 활동가인 김정현씨는 트랜스젠더의 건강권을 위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혐오 정치 정당화" 대선후보 비판도

 

큰사진보기'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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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최형미 여성학자는 "대선의 특정 후보자는 모든 이대남을 안티 페미니스트로 패싱하고 이대남의 이름을 내세워 여성혐오 정치를 정당화하고 있다"라며 "페미니스트 이대남의 목소리가 들려 함께 소리를 낼 수 있어 힘이 된다"라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아빠' 활동가인 박범섭씨는 "집안일은 더 이상 엄마만의 몫일 수 없다"라며 "우리 모두는 노동자이며 돌봄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생물학적 엄마에게 돌봄을 떠맡기는 게 아니라 혈연을 넘어 사회구조적으로 돌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학자 최태섭씨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이등시민 취급받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당한 삶의 몫을 찾는 것은 단지 이들 개인의 이익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며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이 사회에서 환대받을 것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혐오와 차별에 미래는 없다. 유일한 길은 평등"이라면서 페미니즘의 가치를 강조하며 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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