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파속 비닐하우스 사망 속헹…499일 만에 ‘사회적 죽음’ 산재 인정
한파속 비닐하우스 사망 속헹…499일 만에 ‘사회적 죽음’ 산재 인정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 산재승인 결정나와
간경화따른 혈관파열에…노동부 ‘개인질병’ 의미축소
열악한 숙소 혈관수축 영향 등 ‘사회적 죽음’ 인정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가 한파 경보가 내려진 지난 2020년 12월20일 경기 포천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20년 12월23일 오후 숨진 노동자가 일하던 비닐하우스와 숙소에서 포천 이주노동자상담센터 대표 김달성 평안교회 목사가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농장 대표는 기자들이 찾아오자 경찰을 불러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포천/이종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지난해 12월20일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에 대한 산재 승인이 결정됐다. 속헹씨가 지난 2020년 12월20일 영하 20℃의 날씨에 경기도 포천 한 농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499일 만이다.
2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논평을 내어 “속헹씨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지난 2021년 12월20일에야 산재보상 신청을 하고, 지난달 28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가 심의 결정을 한 이후 오늘 근로복지공단 의정부지사의 산재승인 결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당초 노동부가 속헹씨의 사망에 대해 개인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는 이유로 중대재해 조사를 하지 않고, 사업주에게도 건강검진 미실시만을 이유로 고작 30만원의 과태료만을 부과했던 것을 언론보도와 대책위의 활동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나올 수 있었다.
대책위는 이번 산재승인 결정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유가족이 산재보상 신청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캄보디아 본국에 있는 유가족은 속헹씨가 명백히 산재로 사망했는데도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대책위 변호사는 대책위가 유가족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노동부 고용허가제센터 현지 사무소를 통해 산재보상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유가족으로부터 산재보상에 관한 위임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유가족이 산재보상 신청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속헹씨는 2020년 12월20일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난방조차 할 수 없었던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사망했고, 부검 결과 사망 원인으로 ‘간경화로 인한 혈관 파열과 합병증’이 지목됐다. 그러나 대책위 등은 직업환경전문의 의견을 통해 난방을 적절하게 할 수 없는 비닐하우스 내 샌드위치 판넬 숙소라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한파로 인해 혈관이 급격히 수축돼 파열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업자 등록 없는 농업 사업장에서 건강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해 건강검진도 받지 못함으로써 간질환 증세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사회적 죽음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대책위는 “속헹씨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주거, 의료 환경에 대한 거센 문제 제기로 이어졌지만, 정부는 반쪽짜리 대책을 내놓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임시가건물은 여전히 금지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책임은 정부와 사업주에게 있다. 이주노동자가 더는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철저한 개선대책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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