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스쿨미투’ 학교 공개…서울외고·용화여고·잠실여고 등 93개교
[단독] ‘스쿨미투’ 학교 공개…서울외고·용화여고·잠실여고 등 93개교
‘정치하는엄마들’ 3년 행정소송 통해
서울시교육청 스쿨미투 학교 공개
지목된 가해 교사 44% 징계 안받아
성희롱 사건 절반, 감사도 안 이뤄져
2018년 5월3일 열린 스쿨미투 관련 기자회견.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교원들의 학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제기된 학교들 명단이 한 시민단체의 3년에 걸친 행정소송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2018년부터 학생들의 용기로 교원에 의한 학교 내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와 신고가 이어졌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이름은 개인 신상과 관련되고,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학교 이름을 가리고 사건 처리현황 등을 공개해 ‘반쪽 공개’라는 비판을 받았다.
31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학교성폭력 고발 건 처리현황 및 징계분석’ 자료를 보면, 2018∼2020년 서울에서 스쿨미투로 교육청에 보고된 교사는 187명, 학교는 93개교였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5개교(교사 수 5명) △중학교 32개교(46명) △고등학교 54개교(133명) △특수학교 3개교(3명)였다.
신고된 교사들이 가장 많은 학교는 서울외국어고등학교, 용화여자고등학교, 잠실여자고등학교였다. 각각 14명의 교사가 스쿨미투 가해로 신고됐다. 명지고등학교,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에도 각각 12명의 교사가 신고됐다. △광남중학교(9명) △정신여자고등학교(8명) △오류고등학교(5명) 등에도 여러 명의 교사가 스쿨미투로 신고됐다. 가해 유형으로는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이 61%(114명)로 가장 많았고, 성추행이 33.7%(63명)로 뒤를 이었다.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스트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성희롱·성추행 피해가 신고되거나 드러난 학교의 대처는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분석 자료를 보면, 스쿨미투로 지목된 가해 교사 187명 가운데 징계를 받지 않은 이는 83명(44%)이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과 파면은 각각 14명(7%), 7명(4%)에 그쳤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학생들이 스쿨미투 공론화에 나섰던 명지고에서는 가해 교사로 지목된 12명 가운데 징계를 받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14명의 가해 교사가 신고된 서울외고에서는 4명만 정직·견책 등 징계를 받았다. 오류고에선 2명이 주의 처분을 받았고, 잠실여고에서는 14명 중 절반만 해임·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받았다.
교사의 성추행이 신고됐지만, 고발·감사·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백산초등학교 △행현초등학교 △충암중학교(교사가 퇴직) △서울정민학교였다. 이들 학교에서 일했던 교사들은 여전히 서울지역 학교 및 센터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는 교육청이 일일이 알 수 없다. 교육청에 보고된 것만 반영해 후속조처가 빈약해 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징계가 안 된 이유 중 대다수가 피해자 특정이 안 돼서다. 가해를 입증하려면 피해자가 소명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안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면 감사나 전수조사 등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하는엄마들의 김정덕 활동가는 “시교육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도 감사조차 없었거나 솜방망이 처분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교육청의 학교 이름 비공개 지침 탓에 그간 감시망을 벗어나 있던 학교들이 엉망으로 후속조처를 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희롱·성차별적 발언과 관련된 스쿨미투 신고 114건 가운데 59건(51.8%)은 감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쿨미투는 2018년부터 이어졌지만, 그동안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가해자에 대한 후속조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시교육청이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에서 어떤 조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어 사회적 감시도 불가능했다. 이에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5월 처음으로 스쿨미투 사건처리 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징계처리 결과만 제공하고, 학교 이름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 뒤 이 단체는 다시 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달 29일 승소했다. 재판부는 이 단체가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학교 이름 공개로 오히려 국민이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고은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기자 박고은] 기사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45272.html
🟣[한겨레] 지면 기사
- 17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