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소식] 사립유치원의 '갑질' 부당노동 행위를 강요하는 유아보육기관, 이를 수수방관하는 감독기관들의 문제점들이 유치원교사들의 제보로 드러났습니다.
[집중취재M] 닭 모이 주고 화장실 청소‥사립유치원 '갑질' 여전
[앵커]
휴일에 교사들을 출근시켜서 닭의 모이를 주라고 시키고, 화장실 청소를 지시하기도 합니다.
일부 사립 유치원들의 갑질 실태 인데요.
상습적인 초과 노동과 낮은 임금, 모욕적인 발언 등을 겪으면서도 교사들은 제대로 항변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민형 기자가 집중 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사립 유치원.
원생 규모가 150명 정도인 대형 유치원입니다.
유치원 뒷편에 작은 닭장이 있습니다.
유치원 교사 10여 명은 토요일마다 순번을 짜서 한 명씩 닭 모이를 주러 출근해야 했습니다.
이사장과 원장이 나오지 않는 토요일에 대신 닭 모이를 주라는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OO유치원 전직 교사]
"(토요일에) 주된 업무가 닭 모이라서, 거의 닭 모이 주고 온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초 석달 간 일한 뒤 사직한 한 교사.
닭 모이 순번은 피했지만 저임금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평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넘도록 일했는데 첫달 월급은 '세전' 100만 원이었습니다.
다음 달은 코로나에 걸려 일당 5만원씩 깎고, 사학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떼고 난 30만 원만 들어왔습니다.
나라가 지원하는 '기본급 보조금'을 더해도 최저시급조차 안 되는 수준.
유치원이 실습 기간으로 정한 두 달 뒤에야 연봉 2,400만 원짜리 근로계약서를 받았는데, 근로시간과 초과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OO유치원장 (지난 2월 녹취)]
"근로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근로시간을 표기 안 해요. 근데 한 번도 뭐, 감사에서 걸린 적이 없고 (문제가 없고)‥"
서울의 한 교회 부설 유치원.
이 유치원은 일요일이면 교회 주일학교로 쓰였는데, 교사들은 예배가 끝난 뒤인 저녁에 출근해 화장실을 청소해야 했습니다.
교사들이 지시받은 청소 요령엔 쓰레기통 비우기, 휴지 채우기, 바닥과 개수대 물청소 등이 적혀 있습니다.
[△△유치원 전직 교사]
"모든 예배 일정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 5시 반에 한 명이 출근을 해서 똑같이 (원래대로) 해놓고 화장실 물청소까지 다 하고‥"
화장실 청소를 거부한 교사도 있었지만 대부분 받아들였는데, 초과수당은 없었습니다.
결국 노동청이 시정조치를 내렸고, 그 뒤에야 유치원 측은 '포괄 수당'을 명분으로 매달 3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있습니다.
두 유치원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SNS를 통해 사례를 모으자,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호소가 잇따랐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업무지시는 기본, 수시로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코로나 검사를 하지 말고 일주일만 버티라'는 강요도 받고, 부당노동행위라며 항변하면 폭언이 돌아왔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았습니다.
[OO유치원 전직 교사]
"토요일날 선약을 잡아놓는 게 말이 되냐, 그렇게 퇴근시간 챙기면서 일 똑바로 못하냐고 질책하고, 교사로서의 희생정신이 없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이사장이나 원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데다, 평판에도 영향을 미쳐 교사들의 문제제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노동시간이나 초과수당 같은 문제도, 개별 사립 유치원들은 물론 관련 부처들도 유치원 교사의 법적 정체성이 교원과 근로자 사이에서 정리되지 않는다며 판단을 미루거나 피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①닭 모이 주고화장실 청소‥사립유치원 '갑질' 여전 (2022.05.03)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65285_35744.html
[집중취재M] 지원금 가로채고, 잡일 지시에 폭언‥갑질도 '가지가지'
[앵커]
유치원 교사들에게 주말에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 닭 모이까지 주게 한 사립 유치원들의 갑질 행태, 이달 초 보도해드렸는데요.
이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받아야 할 정부 보조금을 가로채는가 하면, 각종 잡일까지 시키면서 수당도 주지 않는 등 갖가지 피해 사례가 쏟아졌습니다.
김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치원 교실 한가운데 책상과 의자 등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원장의 지시로 3층에서 1층으로 옮긴 가구들입니다.
화분에 꽃 팻말을 꽂는 것도 업무였습니다.
올해 초 취직한 뒤 수업 준비에 잡일까지 하며 하루 평균 5시간에서 9시간 일했지만, 두 달 동안 50만 원만 받았습니다.
[유치원 교사]
"내가 일한 게 50만 원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실습 기간이라 교통비 수준만 주면 된다면서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교사]
"'초임들은 돈 생각 안 하고 우선 일 배우는 것만 생각해야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습 기간이 지나자 월급은 200만 원이 됐는데, 이번엔 정부가 유치원 교사들에게 주는 '기본급 보조금'이 절반만 나왔습니다.
다른 교사와 반씩 나눠서 받으라는 겁니다.
알고 보니 교육청에 등록되지 않은 원감이 본인의 이름을 교사로 올려서 한명치 보조금을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원장 녹취 (지난 4월)]
"'원감 수당'이 안 들어오는 부분 때문에 그거를 본인이 이제 가졌던 부분이고‥"
항의하면서 사직서를 내자, 원감은 퇴직 사유에 '임금 체불'을 적지 말라며 찢어버렸습니다.
[원감 녹취 (지난 5월)]
"선생님, 얘(임금체불)는 못 들어가. 이렇게('개인 사정'으로) 써야 돼."
[원감 녹취 (지난 5월)]
"선생님들이 결국은 다 유치원으로 돌아와‥ 근데 이런 것들이 항상 걸림돌이 돼."
유치원이 기본급 보조금을 가로챈다는 문제는 이 곳뿐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유치원 교사도 보조금을 다 받지 못했다며 항의했는데 돌아온 건 '인성교육' 운운하는 폭언이었습니다.
[전직 교사]
"한두 달 버티다가 제가 퇴사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하니까(부모가 없다며) 한부모 가정 소리 듣는 거라고‥"
교육청에 진정을 넣어도 사립유치원이라 교육청 역할이 제한적이다, 장학지도를 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사립유치원.
고무장갑을 낀 채 솔로 거품을 내 화장실 바닥을 문지르고 있는 사람, 이 유치원의 교사입니다.
[유치원 교사]
"화장실 청소는 일단 매일매일 해야 되고. 변기랑 바닥이랑 락스를 뿌리고 변기도 수세미로 이렇게 한 번 닦고."
교실과 강당은 물론 원장실까지 치워야 했고, 야근수당 등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교사들은 토로했습니다.
해당 유치원은 운영이 어려워져 교사들과 업무 부담을 나누려 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른 유치원에서는 문을 닫은 분원의 피아노와 가구까지 교사들이 치웠다는 증언 등 취재팀이 접수한 제보만 50여 건에 달했습니다.
교육부와 인권위, 권익위 등 관계 기관에도 사립 유치원들의 갑질에 대한 진정이 속속 제출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②지원금 가로채고, 잡일 지시에 폭언‥갑질도 '가지가지' (2022.05.31)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74309_35744.html
[집중취재M] 임금 삭감 항의하자 "나가라"‥교사들 '편가르기'도
[앵커]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겪는 부당노동행위, 제보가 잇따르면서 연속으로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엔 갑작스런 임금 삭감에 항의하는 교사들에게 '싫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압박한 유치원 사례 취재했습니다.
먼저 김민형 기자의 보도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6일,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의 두 군데 유치원 교사 40여 명은 "월급을 깎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경력과 상관없이 많게는 90만 원까지 깎아, 모든 교사의 월급을 200만 원 수준으로 통일하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반발이 나왔지만 유치원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유치원 행정실장(지난 5월 녹취)]
"동의를 안 하면, 이거는 이렇게 학교(유치원)를 나가겠다는 의사 표시로 알 수밖에 없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라는 식.
'원아 모집이 덜 됐고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였는데, 원아 모집 자체는 이미 올해 초에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일부러 교사들의 이직이 어려운 '학기 중'에 알린 거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OO유치원 교사]
"일단은 구직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학기 중에는 구인을 하는 원이 많지 않아요."
다수 교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새 계약서에 서명하자, 남은 교사들을 향한 유치원의 압박은 더 심해졌습니다.
[유치원 원감(지난 5월 녹취)]
"선생님, 그렇게까지 해서 불편한 돈을 받으셔야겠어요? 동료들, 원장님 (월급) 모두 삭감해서 드려야 되겠네요. 그렇죠? 그걸 원하신 거니까."
유치원 측은 교사들이 다 가입한 SNS에도 "미해결된 교사들이 있어 급여 금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까지 했습니다.
교사들 사이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OO유치원 교사]
"선생님들 사이에 편 가르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요. 서명 안 한 선생님들한테 책임을 돌리는 것 같아서…"
이 유치원은 한때 교사들의 근무를 '하루 8시간 아래'로 줄여 월급을 낮추려 했다가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교사들로선 규정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최대 74만 원인 정부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일한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취재진은 유치원 측에 수차례 찾아갔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유치원 관계자(지난 5월)]
"원장 선생님한테 전달해드리고… <내일은 혹시 오시나요?> 오실 거예요."
뒤늦게 연결된 통화에서, 유치원 측은 "적자가 심해 마지막까지 견디다가 몇 달만 참아보자고 선생님들과 협의한 거"라며 "의도적으로 시점을 고른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유치원은 반발하는 교사들에게 기존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임금 삭감을 받아들였던 교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③임금 삭감 항의하자 "나가라"‥교사들 '편가르기'도 (2022.06.06)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75940_35744.html
[집중취재M] 감독기관은 수수방관‥교사들 '살생부' 걱정에 침묵
[앵커]
사립유치원 문제 연속 보도해 온 김민형 기자에게 몇 가지 더 물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그동안 꽤 많은 갑질 피해 제보받은 걸로 아는데, 한 번 정리해보죠.
피해가 주로 어떤 유형인가요?
[기자]
네, 녹취나 사진자료 등 증거로 확인된 것만 보면 '무보수 야근'이 가장 많았습니다.
근로계약서도 못 쓰고 일했다는 것, 특히 초임 교사의 경우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았다는 제보가 많았습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교사 급여를 일부 보전하는 이른바 '처우개선비'를 유치원이 가로챈다는 제보도 최근 확인해서 보도했고요.
화장실 청소라든가 원장이 기르는 동물 관리, 가구 운반 같은 잡일 강요 사례도 많았습니다.
[앵커]
이런 사례들이 끊이지 않는데, 감독 기관이 교육청인가요?
아무것도 안 합니까?
[기자]
이번에 교육청 쪽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사립유치원 원장과 개인 간의 근로계약이라 교육청이 개입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 문제 같은 건 감독할 수 있지만, 교사의 근로계약 문제는 노동부 소관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노동부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로자성 문제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집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는 국-공립 교원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사립학교법에 돼 있다며 교육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겁니다.
이렇게 정부 부처끼리도 서로 떠넘기고 있으니 교사들이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앵커]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유치원을 옮긴다든가, 밖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도 어렵죠?
[기자]
네, 갑질 유치원을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니냐 하실 수 있겠지만, 나간다고 끝이 아닙니다.
원장들끼리 알음알음 평판을 공유하다 보니, 어떻게든 한 곳에서 찍히면 다른 곳에서도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입니다.
제보자 중에선 유치원이 갑질을 한다는 취지로 커뮤니티에 익명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루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신청해도,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니 기간제 교원'이라며 줄줄이 기각되고 있습니다.
④감독기관은 수수방관‥교사들 '살생부' 걱정에 침묵(2022.06.06)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75941_35744.html?I…
- 55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