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길거리' 검색하면 '길거리 OO녀', 성차별적 이미지 쏟아진다
'길거리' 검색하면 '길거리 OO녀', 성차별적 이미지 쏟아진다
여성 대상 불법촬영 이미지까지 … 아동·청소년에게도 제약 없이 노출
'일반인 몸매 레전드', '흔한 일반인 몸매', '길거리 OO녀' …
포털 사이트 구글의 이미지 카테고리에 '일반인', '길거리' 등의 단어를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게시물들이다. 특정 신체 부위가 강조된 여성들의 사진이 검색 창을 메운다. 잡지나 연예기사 등에서 발행된 연예인·인플루언서들의 사진도 있지만, 신상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여성들의 사진도 나온다. 초상권 동의는커녕 아예 불법촬영된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검색자의 입장에선 성적인 의미가 없는 일상어를 검색했을 뿐인데, 별다른 조건설정 없이도 "성적이고, 성 편향적이며, 성차별적인 이미지"가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구글 이외 네이버,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검색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성인인증도 필요치 않아 아동·청소년들이 의도치 않게 해당 이미지들을 접하기도 쉽다.
시민사회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미디어감시팀은 지난 8일 이러한 포털 환경을 문제 삼으며 '포털 사이트 검색 이미지를 바꾸자!(#이미지바꿔)'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성적인 의미가 없는 일상어인데도 검색했을 때 "성적이고 성차별적인 이미지가 노출되는" '문제 검색어'를 시민들이 제보하면, 단체는 해당 포털 사이트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청한다.
정치하는엄마들 미디어감시팀은 문제 검색어의 예로 '길거리', '일반인', '서양', 'Girl' 등의 검색어를 제시하며 "구글·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해당 단어를 검색하면 선정적이고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가 부각 되는 이미지나 당사자 허락 없이 촬영한 것으로 추측되는 사진들이 검색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인 인증 없이도 아동·청소년들이 성적인 이미지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캠페인은 실제 검색으로 피해를 본 아이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이민경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아이가 단어를 물어봐서 같이 검색을 해봤는데, 그 단어와 전혀 상관없는 성적인 이미지들이 노출돼서 놀랐다"며 "아동·청소년들이 (궁금한 단어를) 혼자 검색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만큼 이런 인터넷 환경이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캠페인 취지를 밝혔다.
'길거리' 검색에서 거리 풍경이나 길거리 음식보다 '길거리 여성'이 우선적으로 노출되고, '서양' 검색에서 서양 문화나 서양 국가보다 '서양 여성'이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을 이유로 든다. 해당 단어가 인터넷 내에서 활용되는 방식이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편중되기에, 검색 결과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다만 아동·청소년까지 해당 이미지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 이러한 알고리즘을 방치하는 게 '충분히 윤리적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정치하는엄마들 측이 캠페인 진행과정에서 자문을 구한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는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고, 검색을 많이 할수록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소위 문제 검색어를 방치한다"며 "포털 사이트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도 충분히 이미지 검색결과를 필터링할 수 있지만,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이러한 검색 환경이 결국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 퍼져있는 남성중심적 (여성) 대상화 문화"와 "포털 및 플랫폼 등이 가진 자본주의 논리"가 결합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문제 검색어'에 따른 검색결과를 모니터링한 그는 "실험적으로 몇 가지 단어를 검색해 보면, 많은 검색결과가 여성에 대한 신체 노출이나 몸매 강조 게시물들과 연결됐다"며 "커뮤니티 등지에선 이러한 이미지들이 일종의 '밈'과 결합돼 놀이문화처럼 소비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가십지 등이 생산하는 성 상품화 이미지, 혹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유포되는 성적으로 대상화된 이미지들이 "커뮤니티 및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는 와중에 대형 포털 사이트는 이 확산을 통해 쌓이는 "알고리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이 활동가의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실제 검색어 모니터링 중 "성인인증 없이 검색되는 직접적인 성기 사진이 발견되기도 했고, 지도 어플리케이션의 '거리뷰' 사진에 찍힌 여성의 사진이 (몸매평가 등의 주제로) 공유되고 있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문화와 자본주의 논리의 결합"이 만든 현재의 검색 환경이,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 뿐 아니라 불법적인 촬영·유포 등 실제 여성 대상 범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단적인 예다.
이 활동가는 "처음엔 아동·청소년 유해 이미지 문제로 인식해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실제 모니터링을 하다보니 문제의식이 확장되고 있다"며 "(검색결과 등을) 거를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이런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기자 한예섭]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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