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스쿨미투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① 변화 없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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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i 창간 10주년 특집] 스쿨미투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① 변화 없는 학교

[제1574호] 2022.07.06 16:02

 

4년 지났지만 가해교사 다시 교단 서는 등 솜방망이 징계…“학교 명예 생각하는 조직 폐쇄성도 문제”

 

[일요신문] 2018년 1월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운동이 촉발됐다. 이후 각계에서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학교 내 미투운동인 ‘스쿨미투’도 그 하나였다.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미투는 전국으로 퍼졌다. 그 후 4년, 학교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일요신문i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스쿨미투 이후 지난 4년을 되돌아보고 현주소를 취재했다. 

“여학생이 끼부리고 다니다 일이 나면 너네 책임이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나는 정관수술을 했으니 너희와 성관계를 해도 임신하지 않아 괜찮다.”  놀랍게도 이 말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했던 발언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에서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 지지하는시민모임 전 집행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4월 서울 노원구의 용화여고 창문에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를 표현한 포스트잇이 붙었다.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에 겪었던 학교 성폭력을 공론화하자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이를 붙여 그들을 지지한 것이다. 용화여고 학생들의 고백을 시작으로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스쿨미투에 참여하며 학교 내에서 당한 성폭력·성희롱을 세상에 알렸다. 2018~2020년 서울지역 94개 학교, 교사 188명이 스쿨미투로 교육청에 보고됐다. 

지난날 학생들의 용기 있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난 현재, 학교 내 성범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교육청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했다. 가해교사가 가벼운 징계나 처벌만 받고, 다시 교단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쿨미투 운동이 처음 일어난 용화여고는 교육청이 나서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까지 했지만, 가해교사 중 법적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2018년 스쿨미투가 시작된 이후 불과 1년 만에 오류고(2019년, 3명)와 정신여고(2019년, 2명)에서는 성폭력이 일어났으며 심지어 스쿨미투가 처음 시작된 용화여고(2020년, 1명)에서도 성폭력이 발생했다. 2021년에는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여학생을 교실에서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학교와 경기도교육지원청은 스스로 신고한 피해학생 보호는커녕 수사기관의 협조 의뢰나 전수조사 진행도 거부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해교사로 신고된 188명 중 교육청이나 학교의 징계를 받은 교사는 72명(39%)에 불과했다. 스쿨미투 당시 징계대상이었던 교사들 중 상당수가 교단에 남아 있기도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스쿨미투 당시 피해자·가해자 분리 등 기본적인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외고에서는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존재”, “동성애는 더러운 것” 등 언어 성폭력을 저지르고, 자신의 주먹에 턱을 올리지 않으면 수행평가 점수를 깎겠다며 협박한 14명의 가해교사들이 폭로됐지만 이 중 4명만 교육청의 징계요구를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피해 고발 이후에도 수업 결손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을 직위해제하지 않았고 피해학생들은 그대로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1월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범죄 교사 처벌에 대한 문구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쿨미투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징계 결과를 공개했지만 교육청 측이 파악한 사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징계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특히 용화여고, 잠실여고, 정신여고, 서울외고 등 가해자가 다수인 경우는 해당 교사가 합당한 징계와 처벌을 받았는지 판단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언어성폭력이 고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이에 대해 학교 및 교육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해 가해교사들은 솜방망이 징계만 받고 여전히 교단에 남아 있다”며 “미성년자에 대한 언어성폭력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로 형사처벌 대상인데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학교 내 성폭력은 사립학교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사립학교의 성폭력 발생률은 68%로 공립학교의 2배였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받는 국공립 교원과 달리 2021년 8월 ‘사립학교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사립학교 교원은 통일적인 징계 기준 없이 학교법인별 징계기준을 따랐다.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 권한이 교육부나 교육청이 아닌 학교에 있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가해교사에 대해 가벼운 징계가 이어졌고, 가해교사에게 자진 퇴사를 권고한 뒤 퇴직금을 챙겨주거나 해고시킨 후 재임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교육부는 스쿨미투 이후 시·도교육청에 성희롱·성폭력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2020년 교육부의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담당 인력이 2명에 불과하고 신고를 해도 제때 처리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성희롱·성폭력 전담조직을 설치했지만 교육청별로 시스템 등이 다르게 적용돼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교육청마다 성평등 전담부서의 인력이나 규모 등이 다르다 보니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며 “교육부에서 관련 법도 만들고 성평등 관련 교육을 하는 등 진전은 있지만 교육 현장에 와 닿는 방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스쿨미투는 학생들이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에서 생활하겠다고 선언한 운동”이라며 “여전히 스쿨미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학교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교육청 스쿨미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성미경 한국여성인권플러스 대표는 “일부 교사들의 성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학교의 명예를 더 고려하는 학교조직의 폐쇄성이 문제”라며 “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학교 스스로 실제 피해 정도를 측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 대표는 “실태조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교육의 효과가 있어 교내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교육청에서도 학교 성폭력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상설기구를 제대로 운영해야 하며 관련 예산을 투여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아·이민주 기자 [email protected]

 

⭕️[일요신문/ 기자 김정아·이민주]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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