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스쿨미투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②교육당국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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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i 창간 10주년 특집] 스쿨미투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②교육당국 뭐 하나

[제1574호] 2022.07.06 16:04

 

스쿨미투 운동가 “피해학생 74% 지원 못 받고 감사 제대로 안 이뤄져”…“피해자 알아서 대책 찾아야” 토로

 

[일요신문] 피해자들과 스쿨미투 운동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4년이 지나도록 교육부나 교육청은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피해학생의 74%는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명지고등학교의 경우 심각한 언어 성폭력으로 고발된 교사가 12명이나 있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았다”며 “교육청에서 감사조차 나가지 않은 것은 물론 수사나 재판 상황에 대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1년 5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조희연 교육감 등 직무유기 형사고발 및 스쿨미투 정보공개 2차 행정소송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이 '조희연 교육감이 직무유기로 스쿨미투 가해교사를 보호하는 모습을 재현한 퍼포먼스'를 하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용화여고 졸업생이자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위원인 박한나(가명) 씨는 “교육부가 사범대·교대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커리큘럼에 추가하겠다고 했는데 실현된 게 없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의 최경숙 전 집행위원장은 “4년 동안 뭐가 바뀐 건지 모르겠다”며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나 교육청은 손을 놓고 시민들이 큰소리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스쿨미투 이후 교육분야 양성평등정책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인자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스쿨미투 이후 그간의 주요 성과로 ‘성희롱·성폭력 근절 기반 및 사안처리 역량 향상’을 들었다. 먼저 교육부는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2018년 12월) 및 교육분야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2020년 4월)을 추진 및 이행 점검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은 성희롱·성폭력 전담조직을 설치·운영하고 지원했는데 설치교육청 수가 2019년 5개에서 2020년 10개, 2021년 15개로 늘었다. 성희롱·성폭력 근절 국가정책수요 인력을 2020년 8명에서 2021년 12명으로 늘리고 전담조직 설치 여부를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반영했다. 이밖에도 초·중등 담당자 대상 직무연수와 컨설팅 제공 및 사안처리 대응 매뉴얼 개발·보급, 학내 불법촬영카메라 설치 여부 전수 점검 후 불시점검 정례화 등을 꼽았다.

학교 내 성폭력과 관련,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 개정도 몇 가지 이뤄졌다. 먼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가 국·공립 교원에 준해 이뤄지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2019년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1회 위반 시 300만 원, 2회 600만 원, 3회 이상은 1000만 원이다.

스쿨미투 이후 개정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유치원, 어린이집, 각급 학교 및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기관장은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 의견이 없으면 지체 없이 여성가족부장관에게 통보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성범죄가 발생한 학교와 시·도교육청 등 교육 관련 기관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비율은 4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선미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은 “스쿨미투 3주년 포럼에서 만난 경남 A 교사 불법촬영 사건 대응모임의 한 활동가는 ‘내가 피해자가 맞는지, 내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제도와 방법이 있는지도 전부 우리가 알아봐야 했다. 분명 피해자는 나인데 왜 내가 애걸복걸해야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며 “교육기관에서 성폭력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학교 내에서 의식 변화가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스쿨미투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시대가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그에 맞춰 의식과 실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교사 스스로 인식과 위기감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 변화를 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스쿨미투 관련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했던 류하경 변호사는 “이번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엉망이다. 감사도 제대로 안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도 제대로 안 되고, 징계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후속조치를 엉망으로 했다는 것은 가해자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경숙 전 집행위원장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피해 사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며 “학교 상담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전문성을 갖추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덕 활동가는 “스쿨미투는 ‘아동학대’ 사건인데, 교사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교육 현장이 아동인권에 대해 각성할 기회를 뺏는 것”이라며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는 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쿨미투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박한나 씨는 “어떤 사각지대도 없이 더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교육당국이 나서야 한다”며 “학교뿐 아니라 어디서든 상식처럼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알려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과거 이런 운동(스쿨미투)이 있었고, 이런 운동이 필요한 사회였다는 것이 우리 후배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정아·이민주 기자 [email protected]

 

⭕️[일요신문/ 기자 김정아·이민주]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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