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년 형·언니와 경쟁 등떠밀린 ‘윤석열 세대’ 탄생하나
1년 형·언니와 경쟁 등떠밀린 ‘윤석열 세대’ 탄생하나
2025년부터 만 5살 취학 추진
과도기 걸리는 2018~2022년생
단계적으로 만 5살 초등 입학
4년간 학년당 25%씩 정원 늘고
누리과정 1년 건너뛰고 초등교육
학업·구직 전생애 경쟁 치일듯
이르면 2025년부터는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당겨 만 5살부터 입학하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졸업도 1년씩 앞당기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이런 학제 개편 방안을 포함한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연합뉴스
‘한 살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 살 빨리 졸업한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저출산 대응전략’의 하나로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했다. 자녀 양육부담을 줄이고 사회진출 시기도 앞당기겠다는 취지였다. 교육전문가들은 물론 여론도 너무 이른 초등학교 입학이 낳을 부작용과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피해를 우려했다.
사회적 논란 속에 사실상 폐기된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다시 꺼내들었다. 1949년 최초 제정된 교육법 제96조에서부터 지금까지 만 6살이었던 취학 연령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만 5살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교육계와 학부모 단체는 과도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발달과 적응, 치열한 경쟁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른바 ‘윤석열 세대’ ‘박순애 세대’의 탄생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고, 그에 따라 학교 졸업 연령을 한 살 앞당기는 학제 개편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업무보고’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향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박 부총리에게 지시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박 부총리는 초등학교 조기 입학 도입 시점으로 “2024년에 제도를 확정해서 2025년부터 (만5살) 아이들이 입학하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1~3월생, 4~6월생, 7~9월생, 10월~12월생으로 25%씩 나누어 4년에 걸쳐 학제개편을 시행하면 남아있는 초등학교 공간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수준에서도 수용할 수 있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전망을 더했다. 교육부 계획대로 2025년부터 학제가 개편된다면, 2025년에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2026년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하게 된다. 2025년부터 4년 동안만 6살 학생에 더해 만 5살 초등학생이 함께 1학년에 입학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기에 공교육에 편입하자는 것이 주요 취지”라며 “조기에 사회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마저 이날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초등학교 조기입학제도는 2007년 2026명이었던 조기 입학생이 지난해 537명까지 줄어들 정도로 외면받고 있다. 특히 ‘왕따’ 등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이후, 취학의무 유예를 신청해 자녀를 1년 늦게 입학시키는 부모도 많아졌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금 1학년 아이들도 학교 적응을 힘들어하는데 한살 더 어린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듣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우려는 2025년부터 4년 동안 초등학교 1학년이 될 아이들이 겪을 생애 전반의 어려움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가령 한 학년이 20만명으로 짜인 사회에서 해당 학년만 30만~40만명이 될 수 있고, 대입·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윤석열 세대’ ‘박순애 세대’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혼란에도 학제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로 공교육 조기 편입’을 통한 ‘국가책임 강화’를 명분으로 밝혔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입직연령’(노동시장 진입 연령)을 낮춰 결혼과 출산을 앞당기고 노동기간을 늘리기 위한 ‘저출생·고령화’ 대책으로 본다.
공교육 기간을 늘리는 학제개편은 업무보고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의심을 키운다. 예를 들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가 제안해 온 ‘K-학년 제도’는 의무교육 연령을 만 5살까지 넓히되 기존 학제는 유지한다. 그 결과 공교육 기간이 13년으로 늘어난다. 학계에서 논의해 온 기존 유치원·어린이집을 일부 의무교육화하는 방안 역시 전체 공교육 기간을 늘린다. 반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초등학교 1년 조기 입학은 공교육 기간을 유지하며 졸업만 빨리 시키는 형태다. 박 부총리는 “학생의 성숙도와 지적 능력이 과거보다 나아졌고 교육 전달 매체가 다양해져서 현재 12년의 교육 내용을 10년 정도에 가르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교육에 일찍 들어간 만큼 일찍 벗어나는 정부의 개편안이 결국 “(1년 빨리 노동시장에 나오는) 산업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취지”(송경원 정책위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도 이를 의식한 듯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취학현황 등 기초조사, 취학연령 하향 등에 대한 지역별 수요조사, 교원·시설 등 교육인프라 현황 분석을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토론회·공청회,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과 국가교육위원회의 집중 숙의 과정을 토대로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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