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오늘을 생각한다] ❝복수는 강의 것❞

프로젝트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라 쓰고 ‘죽이기’라고 읽어야 하는) 사업은 살아 흐르던 낙동강 물길을 아홉 도막으로 절단하고 강의 숨통을 끊었다. 8개 보를 건설하자 강은 흐름을 멈췄고, 고인 물은 썩었다. 썩은 물은 뭍 생명을 죽고 병들게 한다. 2012년부터 매 여름 낙동강은 ‘붉은 깔따구 유충을 토핑으로 얹은 녹조라떼’를 만들어 인간에게 되돌려준다. 물이 썩자 붉은 깔따구만 신이 났다. 4급수, 악취가 나며 고도의 정수처리를 거쳐야만 겨우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똥물이다.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는 4급수에 붉은 깔따구가 번성한다.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 깔따구는 천식, 아토피성 질환을 유발하는 알레르겐이다. 7월 초 경남 창원시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붉은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창원 석동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상수원에서도 이들 유충의 번성을 확인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8월 31일 기자회견으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공표했다. 녹조 속 유해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가정집 수돗물에서 검출된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의 20~200배 독성을 지닌 맹독 물질로 간 독성 및 생식 독성을 띠고 인지장애 등을 유발한다. 지난 7~8월 낙동강 원수를 쓰는 수돗물 표본을 채취해 이승준 부경대 교수팀에 검사 의뢰한 결과 부산 수영구, 김해 내동, 창원 진해구, 대구 수성구·동구 등 6개 지점에서 미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이 정한 식수 허용기준을 초과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시는 물이야 생수를 사면 된다지만 씻는 물은 어쩔 것이며, 단체급식 위주의 어린이, 환자의 밥상은 또 어쩌란 말인가.

녹조라떼는 복수극에 등장하는 독배처럼 알아채기도 전에 우리 몸속에 스며들어 있다. 나는 낙동강 물을 마실 일이 없다고 안도한다면 오산이다. 지난 3월 낙동강 주변에서 재배한 쌀·배추·무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낙동강 녹조쌀을 성인(체중 60kg)이 하루 300g 섭취하면 OEHHA의 생식독성 기준을 8.83배 초과(간 독성은 2.48배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강물이 고여 썩어간 지난 10여년간, 누군가는 독이 든 밥과 김치를 먹어온 것이다. 후보 시절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먹고 마시는 밥과 물에 독이 들었다는 데도 강을 흐르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엄마들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경남·경북·대구·부산에서 생산된 쌀과 농산물을 어린이집 등 학교 급식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전국 지자체장과 교육감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낙동강이 다시 흐르고 안전해질 때까지 경남의 영호진미쌀, 경북의 일품쌀은 당분간 퇴출이다. 낙동강 인근의 농부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누구보다 보 개방을 필요로 하는 분들도 낙동강 농부님들이기에 정치하는엄마들은 주저 없이 행동할 생각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주간경향 오늘을 생각한다] 장하나 활동가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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