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2년의 외침 외면 말아달라” 전장연 지하철 시위 재개···오이도역 추락사 22주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교섭을 이유로 승하차 시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16일 만이다. 전장연 시위로 이날 오후 지하철 4호선 상행선이 삼각지역에서 약 30분간 멈춰섰으며, 서울교통공사는 맞대응으로 이후 45분가량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의 계기가 된 사건인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망사고 22주기를 이틀 앞둔 이날 전장연과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오이도역을 비롯한 수도권 지하철역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오이도역에서 ‘오이도역 사고 22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오이도역 참사 이후 22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이동권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오이도역 사고’는 2001년 1월22일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이용하려던 리프트가 추락해 부인이 사망하고 남편이 중상을 입은 사고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단체들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기자회견 후 오이도역에서 지하철 탑승하려던 전장연 활동가들은 탑승을 제지당했다. 서울역·삼각지역 등에서도 이날 탑승 시도와 지하철 선전전이 이어졌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직원 등의 제지로 일부 전장연 활동가들은 지하철에 타지 못했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의 권리를 무정차하지 말아달라” “장애인도 시민이다” “평화롭게 지하철에 타게 해달라”고 구호를 외쳤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한 일부 활동가는 오전 9시쯤 신용산역에서 지하철 탑승에 성공했다. 박 공동대표는 승객들에게 “장애인들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시민 여러분들도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전국집중결의대회가 열렸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2년간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지하철을 탑승하겠다는 요구를 묵살당했다”며 “우리는 오 시장과 대화해서 우리의 권리요구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전장연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화시위”라며 “서울시는 소송과 돈으로 장애인 목소리를 막으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삼각지역장은 2~3분 간격으로 “역사 내에서 고성방가, 연설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등은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퇴거를 요구했다.
집회 이후 활동가들은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이들의 탑승을 막았지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박 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린 뒤 열차 출입문에 엎드리면서 오후 3시54분부터 27분 동안 4호선 상행선 운행이 멈췄다. 경찰 측은 박 대표를 휠체어에 태워 끌어냈다. 오후 4시23분부터는 상행선 열차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무정차 통과는 오후 5시8분을 기해 종료됐다.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전장연 소속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2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집중 결의대회 중 헌화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결의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30분에는 전장연 시위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삼각지역 승강장에 모여 깜짝공연을 펼쳤다. 참가자 100여명은 삼각지역 승강장, 계단, 통로 등에서 걸어나와 ‘아리랑’ ‘우리는 승리하리라’ 등의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양손에는 오이도역 사망사고 추모를 위한 흰색 장미와 ‘전장연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공연을 기획한 김현주씨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전장연을 저버리지 말아달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전장연에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전날까지 지하철 탑승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다른 장애인 단체를 포함한 합동면담을 추진하겠다며 전장연과의 단독 면담을 거부했고 이에 탑승 시위가 재개됐다.
📰[경향신문 | 기자 김세훈] 기사 전문 보기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20161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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