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늘봄학교, 자원봉사자로 땜질 운영…만화영화 트는 곳도”

프로젝트

전국교육공무직본부·학교비정규직노조
늘봄학교 시범운영 실태 알리며 정부 비판
돌봄전담사 전일제 근무 전환 필요성 강조

돌봄전담사 등이 참여하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윤석열 정부 늘봄학교 졸속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봉사자나 은퇴자 등 불안정한 인력을 활용한 늘봄학교 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양선아 기자

돌봄전담사 등이 참여하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윤석열 정부 늘봄학교 졸속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봉사자나 은퇴자 등 불안정한 인력을 활용한 늘봄학교 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양선아 기자

 

“경북 구미의 한 학교에서는 준비 없이 늘봄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학교 도서관에 칸막이를 치고 아이들에게 문제지를 풀게 합니다.”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는 틈새돌봄을 하겠다고 하더니 봉사자로 온 학부모 운영위원이 아이들에게 만화 영화를 틀어주면서 시간을 때우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평일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안착을 위해 범부처 협의체를 꾸리는 등 본격적인 시동을 건 가운데, 돌봄 전담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늘봄학교 시범운영 실태를 알리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제대로 된 인력 확충 없이 봉사자나 은퇴자 같은 불안정한 인력으로 늘봄학교를 추진하고 있다”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는 31일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2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층에서 ‘윤석열 정부 늘봄학교 졸속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월부터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경기, 인천, 대전, 경북, 전남 5개 지역 가운데 경기도와 경북 지역의 돌봄 전담사들이 참석해 늘봄학교 시범운영 실태에 대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경북 지역에서는 학부모에게 수요를 파악하거나 학교 구성원간 별도 협의를 거치지 않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41개 시범 학교를 선정했다. 신동연 경북 돌봄전담사는 “협의 없이 진행하다 보니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시간당 3만원씩 수당을 받으며 돌봄을 하는데, 별도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에게 영화만 보여주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지역 이외에도 대전이나 경기의 여러 학교에서 돌봄전담사가 아닌 위(Wee)클래스 상담 선생님, 학부모 운영위원 등과 같은 봉사자 등이 돌봄 인력으로 긴급 투입돼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유미향 경기 돌봄전담사는 “자원봉사자들은 아무래도 돌봄에 대한 책임감이 덜해 개인적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안 나오거나 쉽게 일을 그만두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전문 자격증을 가진 돌봄 전담사가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노조는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근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현재 4시간, 5시간 단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는 돌봄전담사 체계를 8시간 전일제로 전환하고 인력 운영 체계를 다양화한다면 학교돌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조들은 “정부가 총액인건비 규제를 풀고,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공동대표가 참석해 양육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박 공동대표는 “양육자 입장에서는 공적 돌봄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늘봄학교 사업에 기대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졸속 추진하는 돌봄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돌봄정책 기조가 돌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전문적이지 않은 일, 봉사로 할 수 있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박 공동대표는 “양육자들은 아이들을 사고 나지 않게만 봐주는 돌봄교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졸속으로 늘봄학교를 시행하기 전에 양육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유연근무 확대 등 노동 환경을 먼저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과 수요자 중심의 돌봄을 위한 ‘제1차 관계부처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관계부처들은 늘봄학교 지원 강화를 위한 부처 간 협업 방안을 논의했는데, 퇴직 교원 등 은퇴자 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포함됐다. 노조는 은퇴자나 자원봉사자들을 돌봄 임시 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의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퇴직 교원 등 은퇴자가 돌봄이나 등·하원 안전관리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이날 회의에서 문체부는 유소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방과 후 체육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 자원과 연계하는 ‘늘봄학교 지원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시범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양선아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847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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