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 오늘을 생각한다] 기후 악당 국가에서 뭐요? 출산?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공인 교과서라고 볼 수 있는 IPCC 6차 보고서가 195개국의 만장일치로 승인된 3월 2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시한폭탄을 해체하기 위한 설명서이고, 인류를 위한 생존 가이드이다”라며 “낭비할 시간조차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테흐스 총장은 “보고서대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할 수 있다”라고 짐짓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했지만, 그건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했을 때의 이야기다. 즉 인류는 매우 성취하기 어려운 공동의 목표를 스스로 부여했다. 한국도 이에 동의했다.
바로 다음 날인 3월 21일 한국은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하 탄기본)을 공개했다. 1차 탄기본으로 한국이 시한폭탄 해체는커녕 폭파 버튼을 누르는 기후 악당 국가임이 재확인됐다. 3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현황 2023>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총배출량 6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6위다. 즉 전 세계가 43%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국은 그보다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로, 이를 2019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34%에 불과한 수치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협정에서 2100년까지 1.5도만 상승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IPCC 6차 보고서는 2040년 전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확률이 현저히 높다고 시사한다. 물론 1.5도 높아진다고 지구가 바로 멸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5에서 2도 사이에서 폭염, 폭우, 가뭄,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영구 해빙, 해수면 상승은 기후 난민을 낳고, 지구온난화와 직결된 식량 생산 문제는 전쟁 같은 일상 또는 진짜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나의 딸, 아홉 살 두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두리가 재해를 피한다 해도 두리의 노년은 늘 배고픔과 추위, 더위에 시달리는 삶일 것이다. 그때 두리는,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편의점·대형마트에 먹을 게 넘쳐나던 어린 시절을 추억할까? 아니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를 원망할까?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 무지몽매한 정치인들이 문제일까? 그들을 뽑은 우리가 문제인가? 한국은 변할 수 있을까? 답도 없는 질문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래도 난 엄마니까 포기하면 안 돼!’ 되뇌어 보지만 이제 그마저도 별로 효과가 없다. 전형적인 기후 우울증이다.
그 와중에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직접 주재했다. 대체 무슨 염치로 ‘출산’을 들먹이는가? 산업 부문 감축 책임을 14.5%에서 11.4%로 깎아주고, 핵발전 비중을 늘리고,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는 일본만 믿고 따르고, 심지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고 말한 그가 ‘출산’을 하란다! 분노가 치솟는다. 덕분에 우울증 탈출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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