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 이송희일의 견문발검]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
‘자전거의 수도’ 네덜란드,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
딸 잃은 언론인 칼럼이 시작, 시민들 점거농성이 만들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에게 도시를 되돌려주라”
10년 간 교통사고에 죽고 다친 한국 어린이 14만여명
“피해 아동의 부모들, 잠재적 피해를 염려하는 부모들이여, 단결하십시오. 환경운동가들이여, 우리와 함께하십시오! 아동의 안전은 인도적인 환경을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어째서 노약자와 아이들이 자동차 때문에 거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걸까요? 어떻게 사유재산인 자동차가 공공장소를 점유할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먼저 도심에서의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도시 내에서 통상 자동차 속도를 시속 1.5km 줄이면 충돌할 가능성이 6% 감소한다. 더 나아가 주차 공간과 자동차를 줄이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넉넉히 넓히고, 공공교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 축적과 자동차 산업 발전에 경도된 기형적 도시 공간을 민주화하고 공공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어린이들을 그만 죽여라’ 운동에서부터 최근의 비전 제로에 이르기까지의 전환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도시 공간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바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동안 갈려나가는 그 무수한 목숨과 삶에 대하여.
한국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는 14만 1552명. 그 중 보행 중 사고가 5만 862명이다. 민식이법이 통과됐지만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율은 여전히 제자리다. 최근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사건을 경유하며 스쿨존 내 음주운전에 최대 26년까지 양형 기준을 올린다고 한다. 또, 지겨운 엄벌 타령이다. 문제의 근본을 회피하는 한국의 고질적인 땜방주의다. 조막만한 정의감을 투사하기에는 좋겠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과연 이 도시는 모두가 살 만한 안전한 공간인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인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 전에 이 참담한 비극의 연쇄를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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