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임신중지 보장·미혼한부모 지원...‘보호출산제’에 앞서야 할 것들
‘출생통보제’ 국회 통과 이후
익명출산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 찬반 엇갈려
위기아동 살릴 방안이라지만
미혼한부모·외국인까지 포용하는
탄탄한 임·출·육 지원체계 없인
무책임한 익명 출산·입양 조장 우려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비극이 속속 드러나 정부·국회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가 보편적 출생등록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막 뗀 점을 고려하면 보호출산제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보장이 선결 과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보호출산법안 통과 관련 국민의힘 여성의원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치하는엄마들 등 10개 단체가 2021년 5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익명 출산, 비밀입양은 아동인권유린이다 김미애 의원 대표발의 보호출산특별법 즉각 철회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수원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 속 ‘유령’이 된 아이들이 최소 수천 명이다. 정부가 2015~2022년 사이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123명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영아 살해·유기 등 비극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일 오후 2시 기준 출생 미신고 아동 사건 총 400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아동 15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늦었지만 국가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30일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의 99.8%가 병원에서 태어나는 한국에 출생통보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여당은 ‘병원 밖 출산’ 사각지대를 막으려면 보호출산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적·사회적 문제로 임신·출산을 고민하는 임신부에게 상담·지원을 제공하되, 원한다면 익명으로 출생신고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프랑스(익명출산제), 독일(신뢰출산제), 미국(영아피난제) 등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임신부가 신원을 감추고 익명으로 출생신고할 길은 없다. 아이 출생신고도 양육도 포기한 친부모는 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지 못한다. 아이를 유기하거나 방치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홀로 입양 자녀 둘을 키워 왔고,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보호출산법)을 발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20일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병행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최소한 보호출산제가 먼저 도입돼야 한다”, “산모의 건강을 지키고 아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6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한 켠에 '보호출산에 관한 븍별법안' 등 법안들이 놓여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위기아동 살릴 방안이라지만
탄탄한 임·출·육 지원체계 없인
무책임한 익명 출산·입양 조장 우려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보장부터
야당은 반대한다. 자칫 양육을 쉽게 포기하는 무책임한 부모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아동의 ‘뿌리를 알 권리’ 침해 우려도 높다. 보호출산으로 세상에 나온 아동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자신의 출생증서 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데, 친생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내용을 보완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수정안을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친생모와 친생부가 익명출산에 대한 입장이 다를 경우는 어쩌나? 기혼자나 외국인도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을까? 일단 제도부터 도입하고 보자는 식보다는 다양한 경우를 대비한 법적·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혼한부모, 외국인 등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출산·양육할 수 있는 공적 지원체계가 먼저다. 22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의 의미를 퇴행시키며,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입양특례법의 성과도 무력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보편적 임신 및 출산, 양육 지원체계를 갖추고, 그에 따른 부모의 출생신고 의무, 가족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무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도 익명 출산 허용은 신중하게 고려하고, 친생부모가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3일 국민일보 칼럼에서 “(보호출산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끝내 아이 출생을 알릴 수 없는 임산부를 위해 최후의 보루”라며 “출생통보, 위기임신지원, 보호출산, 입양 등은 분절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아동보호체계 내의 종합 패키지”라고 주장했다.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보장이 선결 과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소라미 서울대 로스쿨 임상교수는 2022년 10월28일 열린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립 66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은 보편적 출생등록제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때 최후의 수단일 뿐”이며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안전하고 충분하게 보장하면 보호출산이 논의되는 상황이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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