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람 쪄 죽이는 더위, ‘불법’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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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3일 서울 동대문 종합시장 인근에서 한 배달 노동자가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받으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높은 온도는 붉게, 낮은 온도는 파랗게 보인다. 조태형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3일 서울 동대문 종합시장 인근에서 한 배달 노동자가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받으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높은 온도는 붉게, 낮은 온도는 파랗게 보인다. 조태형 기자

 

올해 20명을 죽인 범인이 있다. ‘이 여름’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6명이었다. 1년 만에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 여름에 열사병에 걸린 사람만 300명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3일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많은 이들은 이상 폭염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꼽는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법원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

 

기후소송 시작된 지 3년... 법원은 여전히 ‘무응답’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총 5건 청구돼 있다. 5건 모두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너무 낮게 설정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2020년 청소년 19명이 기후대응 미비로 미래세대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첫 번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아기기후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아직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선 법원에도 기후위기와 관련된 건들이 있지만 이 재판들은 기후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환경운동가들이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했는지가 쟁점인 사건이다. 예컨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2021년 2월 두산중공업이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하자 이 회사 본사 건물 앞 로고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려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총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10월 포스코 행사장에서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촉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인 녹색당 활동가 4명도 1심에서 각각 100~200만원 사이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청년기후위기 활동가들이 2021년 2월18일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두산중공업이 한국전력, 수출입은행, 삼성물산과 함께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청년기후위기 활동가들이 2021년 2월18일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두산중공업이 한국전력, 수출입은행, 삼성물산과 함께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간혹 재판부가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판결문에 녹여내는 경우도 있다. ‘녹색당-포스코’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판결문에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의 산업활동 등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범지구적으로 기후 위기가 티핑포인트(급변점)을 넘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녹색당 활동가들은) 산업계·정부 차원에서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측면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해외는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 책임”

 

기후 소송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법원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정부에 책임을 묻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대법원의 2019년 ‘우르헨다 판결’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17% 줄이겠다고 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국가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의무가 있고, 파리협정의 2도 목표(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25%로 상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확정한 첫 사례다.

국가가 적절한 기후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연방기후변화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미래세대에게 더 큰 감축부담을 전가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기업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도 나왔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2021년 다국적 석유 기업 로열더치셸(이하 셸)에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라고 명령했다.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6일 “그간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는 대규모 배출자들인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들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 법원은 보수적, 기후소송 나오기 어려워”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박 변호사는 “네덜란드 법원은 기후변화가 개인에게 분명한 위협이 된다고 인정하고, 기업이나 국가가 그걸 알면서도 대응하지 않는 건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본다”며 “국내 법원은 불법행위를 판단할 때 (기후변화처럼) 불확실성이 있는 문제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있다”고 했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는 “환경이나 기후 문제에 대해 (한국 법원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해야 한다. 이들이 어떤 손해를, 얼마나 끼쳤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박 변호사는 “청구인들은 금전배상을 청구해야 해 청구 취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 | 기자 김혜리] 전문 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806174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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