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둘리, 몽실언니도 한땐 금서였다…올핸 어떤 금서 읽어볼까
‘독서문화시민연대’ 2015년 시작
최근 보수 성향 단체들이 지목한
성평등·성교육책 읽고 토론 제안
독서의 계절 9월이 다가옵니다. 독서문화진흥법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성찰하는 시민이 되자는 취지로 9월을 독서의 달로 정하고 있습니다. 9월1일부터 7일까지는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이하 독서문화시민연대)가 정한 ‘제9회 금서읽기주간’이기도 합니다. ‘1인출판협동조합’ ‘공공도서관협의회’ 등 62개 단체들이 참여하는 ‘독서문화시민연대’는 이번 금서읽기주간 캠페인 주제를 ‘우리는 도서관에 대한 일체의 검열을 반대한다’로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성교육·성평등 도서를 공공도서관에서 빼라는 일부 학부모 단체들의 ‘금서 지정’ 운동에 인권단체들이 ‘검열’이라고 반발하면서 ‘금서 읽기 주간’이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금서읽기 주간 왜 생겼나?
금서읽기주간은 지난 2015년에 시작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부 보수단체가 진보 성향의 도서를 학교와 도서관에서 몰아내려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특히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교육청이 “공공도서관 및 학교도서관의 추천도서의 적절성을 재고하라”며 공문을 보내면서 독서 관련 단체들과 사서들은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지요.
일련의 사태 속에서 안찬수 ‘독서시민연대’ 대표가 금서읽기주간을 만들어보자고 시민단체들에 제안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은 ‘금서읽기주간’을 운영한 ‘독서문화시민연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도서관의 자유, 독서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엔 성평등·성교육 관련 도서를 도서관에서 빼라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 해에는 이런 책들을 함께 읽고 토론의 장을 펼쳐봤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서 어떤 책들 있었나?
책의 문화사는 금서 지정과 해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세의 교황청, 조선의 임금 등 권력자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금서를 지정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어떤 책들이 금서로 지정됐을까요?
‘독서문화시민연대’가 2015년 금서읽기주간 첫 행사를 진행하면서 현장 교사나 만화가 등 회원 100명의 추천을 받아 금서들을 추렸는데요. 당시 회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금서 목록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기 공룡 둘리’ ‘몽실언니’ ‘데카메론’ ‘열하일기’ 같은 현재는 좋은 평가를 받는 책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18세기 후반에 출간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의회가 나서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읽히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기 공룡 둘리’는 당시 어린아이가 모자를 삐딱하게 쓴다거나 어른에게 말대꾸하면 검열에서 잘렸는데 작가가 고민 끝에 탄생시킨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둘리마저도 시민단체로부터 아이들 버릇을 나빠지게 만드는 불량만화의 대명사로 지탄받았다고 합니다. (더 알고 싶다면: ‘공룡 둘리도, 펭귄 로이도 ‘금서’?…몽실언니는 왜?)
‘금서 지정’은 현재 진행형
‘독서문화시민연대’는 최근 전국의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검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충남 지역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은 도서관에 민원 형태로 압력을 넣어 일부 성교육·성평등 책을 지목해 빼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원에 시달린 충남 지역 일부 공공도서관들은 이들이 지목한 성교육·성평등 도서 열람을 제한했습니다. 이에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충남차제연) 등 133개 시민단체는 ‘검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검색 제한·열람 제한 등과 같은 일체의 제한을 없애달라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월에는 한 국회의원이 전국 고등학교 도서관에 공문을 보내 김대중, 노무현 등 특정 인물 관련 책 보유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지난 7월에는 서울시의원이 학교도서관 목록에 있는 성교육 책 17권에 대한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검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25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긴급현안 질의에서 “2020년 여성가족부가 나다움어린이책으로 지정했다가 철회한 7종 도서에 대해 도서관에서 열람을 제한했다”고 대답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일, 한국도서관협회 등은 최근 도서관을 대상으로 시도되는 도서검열과 지적자유 침해 행위는 반헌법적 행위이므로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독서문화시민연대’도 제9회 금서읽기주간을 맞아 “도서관 검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올해는 어떤 금서 읽어볼까
‘독서문화시민연대’는 올해는 최근에 ‘검열’ 논란에 휩싸인 성평등·성교육 책들을 다 함께 읽고 토론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어린이 페미니즘 학교’ ‘걸스토크’ ‘소년이 된다는 것’ ‘세상의 모든 가족’ 등과 같은 책들입니다.
또 9월2일 오전 10시30분에 서울도서관 앞 광장에서 도서관에 대한 검열을 반대하는 플래시몹도 진행할 계획인데요. 이 행사에는 누구나 ‘금서’ 한 권을 들고 와서 소리 내어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독서시민연연대’가 제안한 ‘실천 사항’을 참고하면 금서 읽기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금서읽기주간 실천사항
1. 역사상 금서였던 책을 구입하거나 대출해서 읽어 보기
2. 보호자, 양육자는 어린이들과 함께 역사상 금서를 읽고 토론해 보기
3. 최근 문제가 제기된 책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기
4. 문제가 제기된 책의 열람이 제한되었다면, 열람 제한 해제를 요구하기
5. 금서는 누가, 왜 금서로 지정했는지 토론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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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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