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붕당정치마냥 이념논쟁만…국민을 우습게 보나요"
연합뉴스
독립영웅 흉상 이전 문제로 불거진 일명 '이념 논쟁'이 정치권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분단국가의 특수성, 세계사적 흐름을 고려할 때 국가 정체성과 맞물린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싸움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모습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방치한 채 한가롭게 진영 논리만 따지는 행태에 싫증이 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번화가와 지역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싸늘한 반응이었다.
대학생 김도현(24)씨는 "나라의 안위보다 앞선 이념은 없다. 나라 꼴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4)씨도 "이념 논쟁 자체는 관심 없다"면서도 "정치 싸움을 위해 공산주의 같은 이름을 이용하는 듯한데 너무 색깔로 나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진모(76)씨는 "이런 걸로 싸울 때가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와 제대로 경쟁하려면 과거를 따지기보다 당장의 내실을 다져야 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시민사회 '단체'에선 특히 이번 논란을 촉발한 정부여당,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박민아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대선 때 있었던 '젠더 갈라치기'처럼 지금은 '이념 갈라치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국민들이 고작 갈라치기에 표를 던지는 수준이겠냐.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빨갱이니 아니니 하는 '싸움의 목소리'만 계속 나오는데 이게 정말 이렇게까지 싸울 문제냐"면서 "기후위기, 출생률, 아동복지, 공공의료, 공공돌봄 등 중요한 문제가 쌓이는 데 대한 회피용 갈등만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사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념을 따지냐'라는 말은 1980~90년대 군사독재정권이나 보수 쪽에서 주로 하던 얘기"라며 "그런데 지금은 외려 그들이 '공산전체주의'라는 이상한 말까지 만들어 정권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짓밟는 데 이념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렇게 분열이 가속화할 경우, 기로에 놓인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더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컸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이념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국론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리 재벌을 일괄 사면할 때 경제 위기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때 노론과 소론이 섞여 싸우던 붕당정치를 보는 것 같다"며 "중요 경제 지표들이 위기를 가리키는 지금 상황에서 낡아빠진 이념 논쟁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말했던 3대 개혁 국정과제까지도 밑도 끝도 없는 이념 논쟁으로 완전히 덮여 버렸다"며 "도대체 뭘 바라고 이렇게 나라를 두 동강 내놓는지 화도 나고 한심하고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일부 강성 단체에서는 이대로 계속 가면 정권에 역풍이 불어닥칠 거라고 경고한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전국민중행동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그러잖아도 정권의 온갖 민주파괴, 민생파탄, 평화위협 역주행 정책 때문에 시민사회는 화력을 집중하던 터였다"면서 "위기를 호도하는 의미로 딴에는 갈라치기를 시도했겠지만, 헛된 발악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촛불집회 실무를 주도했던 안진걸 소장 역시 "역사적으로 이렇게 국민과 싸우고 국민을 탄압하는 세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외 없이 다 쫓겨났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윤석열 정권의 말로도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컷뉴스 | 김광일 기자]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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