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 기후위기 목격자들⑤] "어른의 책임, 우리에게 미루지 마세요" 기후위기 최연소 목격자들
[기자]
유엔은 최근 기후위기를 아이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로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각국의 법원에 낸 기후소송도 여러 건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후소송의 당사자이자 기후위기의 최연소 목격자인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오늘 이렇게 장을 볼 건데, 우리가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이유가 뭘까요?"
초등학교 5학년 한제아 어린이가 친구들과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러 나섰습니다.
배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포장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실천 프로그램입니다.
[한제아/아기 기후소송단]
"비닐봉투 안 써도 돼요. <응. 봉지 안 쓰고?>"
[한제아/아기 기후소송단]
<(비닐봉투) 안 쓰려는 이유 같은 게 따로 있어요?>
"아 그 플라스틱 때문에‥"
장본 식재료로 친구들과 만든 것은 비건 샌드위치입니다.
"너무 잘 먹는 거 아냐?"
제아는 지난해 6월, 다른 친구들 61명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가장 문제라고 보는 건 탄소감축 목표입니다.
지금 목표치로는 제아 같은 미래세대가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겁니다.
[한제아/아기 기후소송단]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법을 확실히 더 해라 이런 식으로 (요구)하고 있어요."
주말 아침, 친구들과 함께 집 앞 야산에 생태학습을 나온 초등학교 1학년 최지아 어린이도 기후 소송단입니다.
아직은 온난화와 기후변화와 같은 단어들이 어렵지만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최지아/아기 기후소송단]
"음식은 먹을 만큼만 조리해서 먹고 그래야 안전하거든요. (남는 음식을 줄이려고) 밥을 조금 많이 먹는 걸 배우고 있어요."
작년 기후소송 당시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던 지아 동생 희우.
태어나기도 전인 1년 전 딱따구리라는 태명으로 소송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동현/최지아·희우 어머니]
"저희가 누렸던 어떤 물질적인 풍요가 결국에는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는 상황들이었고 그 결과 아이들이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헌법소원을 제기한지 1년 3개월.
최연소 소송인이었던 희우도 태어나 웃음이 많은 아이로 자라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
2020년 청소년 기후소송을 시작으로 현재 기후위기 헌법소원은 모두 4건입니다.
그 사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 정해놓은 탄소감축 목표치가 낮다며 위헌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냈습니다.
전 세계에 이런 기후관련 법적 분쟁은 지난 5년 동안 2천 18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최근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청소년들의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지금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빌려쓰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깨끗하게 미래세대에게 돌려주는 것은 의무입니다.
[한제아/아기 기후소송단 (작년 6월 기자회견)]
"우리가 크면 너무 늦습니다. 우리에게 떠넘기지 말아주세요. 바로 지금 탄소 배출을 훨씬 많이 줄여야 합니다. 부탁합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강종수 / 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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