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 평등한 교육·돌봄을 위해 ①] 교육 안에 돌봄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유보통합’이다. 찬반논란이 있는 가운데 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유보통합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유보통합이 30년 만에 다시 추진되면서 정계 및 영유아 교육현장이 시끌시끌하다. 나는 유보통합이 된다면 더 이상 어린이와 양육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유보통합에 반대하는 쪽은 영유아 교육과 보육은 다른 것이고 심지어 교육이 보육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니 통합은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과 보육은 그 경계를 구별하기 매우 모호하며, 둘 다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어느 쪽이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돌봄이냐 교육이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를 기르기 더 힘들게 한다. 선택할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도시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부족한 곳은 대기번호 100번을 받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지방은 지방대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줄폐원에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양육자는 발을 동동 구른다. 장애아이의 양육자는 아이를 보낼 데가 더 없어서 애가 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적인 통계조차 없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모든 아이들이 충분하고 평등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은 정말 바쁘다. 아이 하나를 바르게 키우려면 사회적으로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것이 연결돼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으로 귀결된다. 잘 돌보는 것이 곧잘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 돌봄이 교육의 시작이고 근본이라는 점은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밖에 없다.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유치원 교사들은 유치원에서의 교육이란 ‘학습’만을 말하는 것이고 보육은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의 일상 자체가 교육이고 보육이며 이 둘을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도 없다. 특히 영유아 시기는 돌봄의 전반적인 과정 속에서 아이의 생존과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과 기초가 학습되고 구축되는 시기다. 그런데도 돌봄 없이 학습만을 하겠다는 교사는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교사가 유치원에서 하는 일들, 예를 들면 식사 지도, 낮잠 재우기, 화장실 이용 지도 등도 사실은 돌봄 영역에 포함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우리는 지난 팬데믹 3년 동안 돌봄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실질적으로 양육자의 피부에 와닿는 돌봄 정책은 극히 적었고 급기야 출생률은 0.75%로 곤두박질쳤다. 이쯤되면 정부도 정신 차릴 만한데 어째서인지 오히려 아이를 낳기 더 두려운 사회로 몰아가는 것 같다. 노동시간은 한없이 늘리고 노동환경 개선은 뒷전이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취업이나 승진에서 제외되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린다. 아이는 다니는 교육기관에 따라 질과 양이 차이나는 교육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유보통합은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반전시킬 수 있는 열쇠다.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어떤 곳을 선택해도 모든 영유아들이 차별 없이 만족스럽고 안전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양육자의 육아 부담과 불안이 줄어들 것이다. 양육 부담이 줄어드니 출생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물론 통합 이전에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부는 교육 3주체 당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최적의 답을 찾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시끄러운 이유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어린이와 양육자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의 행복이고 양육자의 안심이다. 내 아이가 행복하지 않고 양육자로서 안심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유보통합을 끈기 있고 성실하게 추진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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