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 어민들 많이 움츠러든 상황

프로젝트

| 해수부가 이슈화 안 시키면 좋겠다는 은근한 압박도

|| 인터뷰 : 장종수 덕화명란 대표, 이기삼 전국어민총연맹 사무총장, 전민경 전어민회총연맹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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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은 8월 24일해양으로 처음 오염수를 방출한 이후로 3차 방출을 완료했다. 한국 정부는 연일한국 수산물과 바다는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오염수 방출 전부터 어민들의 피해가 예상되었고, 탈핵신문은 오염수 방류 전후로 두 차례 어민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수산업 경영인과 전국어민회총연맹(이하 전어총) 관계자를 만나 그들의상황을 들어보았다. 탈핵신문은 12월 2일 경남 통영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이들을 만났다. - 편집자 주 -

 

Q. 현재 수산업계와 어업계의 실제 분위기가 어떤가?

장종수(덕화명란 대표) : 1977년부터 명란 가공업을 시작한 아버님을 이어 부산에서 명란 제조업을 하고 있다. 400년간 이어져 왔던 명태어장이 남획으로 없어졌다. 오염수가 방출된다고 했을 때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했다. 마침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지역 수산업 경영인을 통해 전어총의 활동을 알게 되었다.

전민경(전어총 대외협력실장) : 전어총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지금 어민들은 많이 움츠러들어 있다. 오염수 방출이시작되었지만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니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민들끼리 만나면 오염수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지금 어민들이 처한 상황이 오염수와 연관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종수 :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이후 해양수산부 차관과 수산업계 간담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해수부는 이슈화를 안 시켰으면 좋겠다는 은근한 압박을 해왔다. 이슈화 시켜봤자 수산업계에 좋을 것이 없을 거라며, 홍보영상 등을 제공해 줄 테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참석한 수산업 가공단지 사업자들도 국가에서 임대한 사업장을 이용하는 상황이라 이의 제기를하지 못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지금까지 수산업은 브랜딩을 할 때 청정하고, 신선하고, 건강에도 좋다는 점을 주요 방향으로 잡았다. 그런데최근에는 수산물 안전과 신선을 말하기 어렵다. ‘지속 가능 어업’ 인증기관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줘야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데 뚜렷한 입장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기삼(전어총 사무총장) : 어민들은 엄청나게 침체되어있다. 실제 조업은 절반 이상 못 나가고 있다. 이는 입출항기록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해수부가 이 데이터를 모두가지고 있어서 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해수부는계속 공개하지 않고 있다.싱싱하고 품질 좋은 고기는 국민들에게 올려보내고, 밟히고 못생긴 물고기는 집에서 먹는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배를 타서 제일 처음 배운 일이다. 그렇게 어민들은 국민과 수산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는데 정부가 그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손자들도 생선에 젓가락을 대지않더라. 어민들 잘못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일어나는 일인데 이것만큼 서러운 것이 어디있겠는가. 예전엔 고기를 잡으면 나눠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 고기를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는 부분이서럽다. 안전한 수산물인지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전민경: 수산업이라면 모두 오염수에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업인데, 수산업이 오염수 방출 이후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는 언론에 전혀 나오지를 않는다.

장종수: 내가 수산업을 하면서 느낀 국내 소비자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정부의 무대응은수산물의 매력을 떨어뜨릴 뿐 수산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수부 차관과의 간담회 때 정부 태도가 너무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970년에 노가리까지 규제를 완화할 당시에도 남획에 반대하는 어민들이 있었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진행했다. 오염수도 쉬쉬하는 것이 수산업계에 좋을 것같지만 수산업 전반적인 상품 가치나 매력은 끌어내리는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Q.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와 가공식품에도원산지 표기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수산업계의입장은 어떤가?

장종수: 대다수는 찬성할 것이다. 아주 나쁜 경우겠지만,후쿠시마현이나 인근 수산물이 저렴하니까 수산 가공에사용할 수 있어서 일본산 수산물보다 수산가공식품이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기삼: 어민들 95%가 전면 수입금지에 찬성했고 전어총차원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우선은 수산물 이력제를 법제화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Q. 정부의 방사능 검사에 대해 신뢰하는가?

이기삼: 방사능 검사에 대해 국민이 과연 이를 믿고 있는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어종이 얼마나 많은데 국민 생선이라고 하는 몇 개 어종만 검사하고 있는데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 무엇보다 어민들이 국민을 속인다고 생각하는게 가슴 아픈 현실이다.

장종수: 우리 업체는 자체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한다. 한 건에 6만 원 정도 드는데 수입 원료에 대해 생산 단위별로 검사를 진행한다. 완제품도 한 달에 한 번 무작위로 다섯 개를 골라 방사능 검사를 한다고 결정했다. 요즘은 방사능 검사를 의뢰할 기관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민경: 바다에 나가면 어종 변화가 이미 눈에 보인다. 어르신들도 처음 보는 고기라고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연구가 시급하고, 예산을 써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쿠폰제를 시행하고 있다.어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해수부는 자꾸내년도 관련 예산까지 편성해놓았다며 어민에게 도움이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기삼: 정작 구매력이 높은 30대와 40대들은 이런 정책자금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런 데에우리나라가 돈을 쓰는 것 자체에 대해 반감이 있기 때문이다.

장종수: 외교적으로 눈치가 보인다면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 정부는 피해자이면서도 제소하지 않았다는 점이 화가 난다. 제소했다면 주변국과 협의를 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핵을 넘어선에너지 정책과 해양환경에 대해 논의할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인데 퇴행하고 있다. 방법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수산인만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전민경: 오염수 방출을 용인하는 것은 농축수산업도 퇴보시키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일이 분명한데도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출을 용인하는 일에 너무 열을 올리고 있어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Q. 수산 단체들의 행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장종수: 수산업계에서는 누가 오염수 방출을 찬성하겠냐며, 반대한다는 의견 외에는 들어본 바가 없다. 단체가 이해관계를 떠나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큰문제다.

이기삼: 수산 단체장들이 수산에 대한 본질을 잃어버렸다. 일부 수산업계가 어민들과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겠지만 큰 갈등이 있지는 않다. 결국은 어민과 수산업계가공생하는 위치에 있어서 상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Q.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기삼: 12월 중순에 서울에서 생존권 투쟁 집회를 계획중이다. 오염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인데 반일 감정으로매도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장종수: 핵 과학자들은 계속 안전하다고 하지만 수산업자 처지에서는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본다. 이번 과정에서 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마피아 같다는 느낌이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탈핵으로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위상을 가질 기회였는데, 윤석열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염수해양투기를 용인해 버렸다.

전민경: 기후가 망가지고 오염수가 방출되고 있는 시절에 내가 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뭘 가르쳐줄 수 있을지가 아닌가 싶다.

 

오송이 탈핵신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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