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유엔 “한국, 고문방지협약 이행 미흡”… ‘시설수용 문제’ 최초로 지적

프로젝트

 

10~11일, 한국 정부에 대한 유엔고문방지협약 본심의 진행
고문방지위, ‘시설수용 피해자 구제의 권리’에 대해 첫 질의
26개 인권시민사회단체, 본심의 앞서 보고서 제출·면담 진행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 “시설화, 인간의 존엄에 대한 폭력”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한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이행 상황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제공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한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이행 상황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제공

 

 

한국의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이 유엔을 찾아갔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아래 고문방지위)의 한국 심의 기간에 맞춰 한국 사회의 ‘시설수용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2021년 7월 12일, 한국 정부는 고문방지위에 27가지의 쟁점목록에 대한 답변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6월 10일, 26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된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아래 대응모임)’은 한국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제출했다.

대응모임은 시설수용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뿐만 아니라 유엔고문방지협약 또한 위반하는 것이라 피력한다. 시설수용은 과거사인 동시에 현대의 대표적인 ‘고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엔고문방지협약 1조 1항에 따르면, 고문은 공무원(공무수행자)이 자백이나 처벌과 같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협약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이유로 고통을 가하는 행위 또한 고문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대응모임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 또한 고문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 고문방지위, ‘시설수용 피해자 구제의 권리’에 대해 첫 질의

한국 정부는 1994년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한 이래로 5차례 심의를 받았으며, 10~11일에는 2017년에 이어 7년 만에 6차 심의를 받았다. 이번 심의에는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단장으로 법무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 소속 26명이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했다. 고문방지위 위원들은 정부의 고문방지협약 이행이 미흡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7년 전 제3, 4, 5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참여했던 라쿠 위원은 “지난 심의에서 고문방지위는 협약상 고문의 정의를 국내법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그 후로 7년이 지났지만,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률에 따라 모든 고문행위를 범죄화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협약상의 고문의 구체적 정의가 관련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고문방지위의 권고뿐만 아니라 고문방지협약에도 절대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싱 위원은 영화숙, 재생원 등 시설수용 피해자들의 구제받을 권리 보장에 대해 질의했다. 케싱 위원은 “아동시절부터 시설에 구금되어 직원, 관리자로부터 극심한 가혹행위를 당한 생존자들이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국가로부터 구제, 사과, 배상 등을 받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한국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나”고 물었다. 이에 대응모임은 “케싱 위원의 질의는 국제인권조약기구가 처음으로 시설수용 문제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진실규명, 공식적 사과, 책임자 처벌, 적절한 배상 등이 시설수용 피해자의 권리임을 명확히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한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이행 상황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제공

 

 

-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 “시설화, 인간 존엄에 대한 폭력”

심의에 앞서 지난 9일,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은 한국 담당 국가보고관인 라쿠 위원, 케싱 위원과 심층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손석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운영된 부산 지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시설 영화숙·재생원의 피해생존자이다. 손석주 대표는 약 8년여간 감금되었다가 탈주하기를 반복하며 부산과 대구 지역에서 7곳의 시설에 감금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손 대표는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명목으로 무분별한 아동 납치 감금이 이루어졌던 사실과 수용 아동에 대해 20여 년간 자행된 구타, 강제노역, 성폭행 등의 가혹행위, 질병의 방치, 사체 유기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하며 “‘내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공포와 두려움, 억압 속에서 하루하루 살았다”고 눈물지었다.

그는 “내가 겪은 7개의 시설은 한 시설만의 문제도 아니고 과거의 문제도 아니다. 시설들은 지금도 있고, 지금까지 수용된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행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주목해달라”며 “국가의 진정 어린 사과, 진상규명이 이루어져 고문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표는 태어나자마자 시설에서 살다가 2019년도에 자립하여 탈시설 운동을 하고 있다. 박경인 대표는 “시설에서의 나는 오로지 ‘관리 대상’인 장애인일 뿐이지, 박경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규모 거주시설에서 ‘좋은 시설’로 불리던 그룹홈으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끔찍한 학대를 겪었다. 이를 외부에 알리자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 차별을 당했고, 스무 살 때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다”며 “결국 나의 영혼은 부서졌다. 시설에서의 삶은 매일 무너지는 자신을 견디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시설에서 같이 살던 장애인이 죽었을 때 직원들이 슬퍼하기보다 일이 생겨서 힘들고 귀찮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시설은 죽음조차도 존엄할 수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범하다. 우리도 시민으로, 존엄한 삶을 살고 싶다”면서 “아기 장애인도, 어른 장애인도, 노인 장애인도 모두가 시설 밖에서 함께 사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표가 고문방지위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6차 유엔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제공

 

 

- 대응모임, 시설수용 관련한 두 개의 독립보고서 제출

대응모임은 고문방지위에 시민사회보고서 외에도 ‘차별에 근거한 시설수용’과 ‘과거사 및 시설수용 피해자의 구제를 받을 권리’에 관한 독립보고서도 제출했다.

‘차별에 근거한 시설수용’ 보고서는 탈시설의 관점에서 장애인수용시설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시설보호아동(아동·청소년), 이주민 구금 문제를 다룬다. ‘과거사 및 시설수용 피해자의 구제를 받을 권리’ 보고서는 과거사 문제 중 선감학원, 형제복지원, 영화숙·재생원과 같은 ‘부랑아 시설’의 피해생존자에 대한 구제받을 권리, 국가 의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고문방지협약에는 “고문 및 학대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배상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양일간의 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우려와 권고를 담은 최종견해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비마이너 | 기자 김소영] 전문 보기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74

 

🟣[시민사회연합보고서] 고문방지위원회 제6차 대한민국 심의를 위한 정보 - 차별에 근거한 시설수용 문제 
https://www.politicalmamas.kr/post/3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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