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동철의 노동 OK] 동료가 육아휴직 쓰는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해?

▲ 어린이집 (자료사진) ⓒ 연합뉴스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교사 최아무개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육아휴직을 하려고 했습니다. 원장님은 일손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최씨는 원장을 상대로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육아휴직 대체 인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들어 설득도 하고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하겠다며 어르기도 해 겨우 육아휴직 허가를 받아 냈습니다.



육아휴직은 사업주의 시혜가 아닌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고평법)에 따라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입니다.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나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는 노동자라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휴직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에서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합니다.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으면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러나 법으로 엄연히 보장된 육아휴직의 사용은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 해 출산 자녀에 대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의 비율은 약 30%대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는 자녀가 출생한 해당 연도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로 실제사용보다 과소 집계되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대체 인력이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어린이집 교사조차도 육아휴직 사용이 현실에서 쉽지 않은데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서는 더 어려울 겁니다.



상담 때 저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 사업주를 상대로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알리고 육아휴직 부여를 권고합니다. 사업주는 하소연합니다.



"3명 일하는 부서에서 1명이 아파서 병휴직 중이고 1명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는데 당신 같으면 허락할 수 있겠어요? 벌금 내고 말지, 난 (육아휴직) 못 줘요."





육아휴직 사용 후 삐걱거리는 동료들과 관계

 

▲ 육아휴직 노동자의 업무 공백을 남은 동료 노동자들이 떠안게 되는 구조는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된다. ⓒ unsplash



듣고 보니 사업주의 답답함도 이해가 갑니다. 특정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가면 그만큼 남은 노동자의 업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법이 정한 권리이니 사업주가 보내주더라도 남은 동료들과의 관계는 삐걱거리게 됩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어느 노동자는 복직 이후 겉으로 드러내 놓고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상사와 동료들이 묘하게 자신의 육아휴직 사용을 질책하더랍니다. 눈치가 보여서 둘째 육아휴직 이야기는 입밖으로 내기 난감해지는 겁니다.



이처럼 육아휴직 노동자의 업무 공백을 남은 동료 노동자들이 떠안게 되는 구조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됩니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동료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동료가 아이를 돌보는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해라고 억울해하는 겁니다.



실제 2022년 고용노동부가 5인 이상 5천여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동료의 및 관리자의 업무 과중'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가해자는 아무도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현실. 육아휴직 사용을 어렵게 하는 노동현장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중소영세기업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이 대체 인력 확보 능력과 인사 노무 체계가 갖춰진 사업장은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습니다. 2020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률은 공공행정, 금융 보험업 등 대기업과 공기업이 주로 속한 업종에서 높았습니다.



일례로 롯데건설 노동자들은 지난 2012년부터 육아휴직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신청이나 회사의 결재가 없이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 누구나가 사용하는 보편적 제도가 되었으니,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겁니다.



포스코는 육아휴직의 휴직이라는 단어가 육아보다는 '쉰다'는 의미에 집중된다며 사내에서 '육아 몰입'이라 표현한다는군요. 여기에 더해 만 8세에서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키우는 소속 노동자에 최대 4년간 재택근무를 허용한다고 합니다.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는 겁니다.



교사와 공무원은 보수 규정에 따라 육아휴직 기간이 호봉의 승급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으로 인정하더라도 해당 동안 업무평가가 이뤄지는 경우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당 기간 업무평가를 할 수 없기에 승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아빠가 공무원도 대기업 노동자도 아니라서 미안해"

 

▲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등이 지난 2020년 11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무원/비공무원의 육아휴직 차별에 대한 평등권·양육권 침해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이처럼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비해 노동자의 다수가 일하는 중소 민간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의 자유로운 사용에 제약을 가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한참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적절하게 보장된 육아휴직으로 부모와 시간을 함께 보낸 대기업 노동자의 자녀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느라 부모의 돌봄 시간이 부족한 중소기업 자녀가 같은 보살핌의 기회를 누렸다 볼 수 있을까요? 아무도 차별하지 않았지만,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차별받고 있습니다.



동료 노동자들은 눈치 주지 않고 당사자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육아휴직으로 대체 인력이 채용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업무에 숙달하여 동료나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덜기는 어렵습니다. 일정 기간 동료나 관리자의 업무 부담은 불가피합니다. 동료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휴직자의 대체 업무 수행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적절한 해결 방안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7월 1일 정부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을 허용하는 사업장 대체 근로자에 대해 일정액의 수당을 기업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좋은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국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업예산 전체가 국가 또는 지자체 보조금으로 이뤄진 사업에도 지원이 안 됩니다. 대다수가 정부의 예산으로 임금이 지급된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아닌 일반노동자들을 정책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국민에게 국가와 지자체를 대신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의 사업장으로,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동료들의 눈치를 봐가며 계속해서 육아휴직을 망설여야 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육아휴직 요건을 충족하면 고용센터에 사용 시기를 지정하고 사업장에는 자동으로 육아휴직 통보가 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육아휴직으로 인한 사업장의 업무 공백 해소를 위해 고용센터가 대체 인력 지원 등을 컨설팅한다는 전제로 말입니다.





성과평가에서 육아휴직 기간 제외 말아야



육아휴직 기간 성과를 통해 승급이나 성과금 지급액을 결정할 때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승급과 성과급 지급에서 배제하는 관행은 법률로 막아야 합니다.



사업주들은 해당 기간 육아휴직 한 노동자에 대해 수행한 업무가 없는데 그러면 어쩌느냐고 반문합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그렇다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승급이나 성과금 지급을 위한 업무평가 시 육아휴직 기간에 대해서는 평가 최소 직전년 몇 개년도 만큼의 평균 성과를 인정하는 것을 제도로 만들어 시행하는 게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 |이동철의 노동 OK] 기사 전문
https://omn.kr/29m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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