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학생들에게 미안”…스승의날 앞두고 삭발한 ‘복직투쟁’ 교사
“학교에 두고 온 학생들을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잘 해결해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약속을 정말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미안하기에 저의 투쟁은 꼭 이겨야겠습니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교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임돼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지혜복 교사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지 교사의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떨어지자 연대하러 온 시민들은 눈물을 보였고 노래 ‘그날이 오면’을 부르기 시작했다. 삭발이 끝난 뒤 지 교사는 머리카락 한 올 남지 않은 머리 위로 ‘단결 투쟁’이라 적힌 무지개색 머리띠를 두르며 복직 의지를 다졌다.
이날 오후 시민단체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를 위한 공대위’(공대위)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지혜복 교사 부당 해임 철회와 A학교 성폭력 사안 온전한 해결을 위한 11차 집중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60여명의 연대 시민들은 “지혜복이 옳다. 반드시 학교로 돌아간다”,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지 교사의 복직을 요구했다.
지 교사는 남겨진 성폭력 피해 학생들과의 약속이었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승의날을 하루 앞두고 삭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근식 서울시교육청 교육감과 관계자들은 피해 학생의 눈물을 닦아줄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자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외면하고 있다”며 “피해 경험 때문에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 투쟁 꼭 이겨야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박수연씨는 “지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고 교내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함께 싸울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성폭력 해결을 위해 나서고 지 선생님의 부당전보와 해임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문애린씨는 “지 교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투쟁하고 부당함에 맞서는 동지로서 지 교사를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상담지도부장으로 근무했던 지 교사는 학교 내 수많은 여학생이 직·간접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전보와 해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위는 1년이 넘게 지 교사와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겨레 기자 정봉비]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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