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7_최인혜의 시사포차 인터뷰_“초유의 4월 개학 현실화...감염 걱정은 덜었지만 돌봄 걱정은 커져!”(송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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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읽기>

Q) 개학이 또 연기됐습니다. 우리 활동가님도 초등학생 자녀 키우고 계시죠? 

A) 네 초등학생 아이가 한명 있습니다.

Q) 몇 학년이에요? 여자아이? 남자아이?

A) 4학년 남자아이입니다.

Q) 개학 연기됐다는 소식 들으니까 어떠셨어요? 감염 걱정을 덜어서 좋지만, 애들을 하루 종일 돌보는 게 너무 힘들다는 분들도 적지 않던데요.

A)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는 게 당연한 조치라고 일단 생각은 합니다.
오늘 교육부의 기자회견을 질의응답까지 끝까지 다 시청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지금까지 개학 연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보다는 입시나 학사일정 같은 걸 더 중요하게 고려한 것 같아서 약간 오히려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너무 좀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고요.
또 한 가지는 휴교가 1차, 2차, 3차에 걸쳐서 장기화되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런 장기화된 국면에 걸맞은 보완적인 돌봄정책이 같이 발표될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이 조금 미비했거든요.

Q) 그러한 미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이 모여서 여론을 조성하고 정책이 실행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겠죠? 그런데 개학이 연기됐다니까 아이들은 어떤 반응인지도 궁금해요. 마냥 좋아하나요?

A) 사실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희는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긴급돌봄에 보내고 있는 소수 중 한 사람인데요. 개학해서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마냥 안전한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긴급돌봄에 보내고 있는 건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 안에 있는 환경 자체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압적으로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Q)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나요? 어머니가 그렇게 느끼시나요?

A) 일단 기본적으로 가기 싫어하는 것도 있고요. 워낙 소수의 아이들만 등교를 하다보니까 어떤 박탈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고.
또 지침 자체가 감염병 예방 때문에 상당히 타이트해요. 예를 들면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고 당연하겠지만, 학생들 간에 어떤 이격 거리를 유지해야 되고, 서로 같이 놀거나 집단생활을 하는 게 아니에요. 공용물품도 사용 못하고 자기 책, 자기 장난감을 이삿짐 가지고 다니듯이 다니면서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하루 종일 자습 비슷하게 보내고 있어요.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한 콘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Q) 오히려 학교 가고 싶다고 그러는 아이들도 많이 있나요?

A) 방학하고 이어지다 보니까 친구들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이런 공백기가 너무나 길어졌기 때문에 아이들도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활동가님은 평소에 아이들과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아이들이 많이 지루해하나요? 

A) 그렇죠. 일단 밖에 나가서 재밌게 활동을 하거나 외출하는 걸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최대한 저녁마다 하려고는 노력하는데, 워낙에 오전에 긴급돌봄에 가서 하루 종일 재미없게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해소해주려고 저녁엔 노력을 하지만 한계가 있죠.

Q) 학습 공백에 대해선 어떻게 보완을 하고 계신가요? 학교에서 내려오는 방침이 있나요?

A) 학교에서는 집으로 온라인으로 학습하도록 안내문도 내려 보내고, 방학숙제 비슷하게 몇 가지 과제도 내주셨어요.
그런데 저희 아이의 경우는 긴급돌봄에서 9시부터 5시까지 지내는데, 돌봄교실에는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사실 없습니다. 또 학교 컴퓨터실을 활용해서 온라인 학습을 하도록 해라, 그런 방침이나 지침도 없고요.
그렇다보니까 하루 종일 지쳐 있는 애한테 제가 퇴근 후 늦은 저녁에 ‘온라인 학습해라’ 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아 사실 상 방치하고 있거든요?

Q) 어떤 면에서는 방치라기보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은 좋은 건데, 이게 지나치게 노는 시간이 많아지고 하니까 부모님들이 많은 걱정을 할 것 같아요. 근데 가족돌봄휴가라는 게 있다던데, 누가 어떻게 쓸 수 있는 휴갑니까?

A) 가족돌봄휴가는 사실 코로나 사태와는 무관하게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올해 1월 1일에 신설된 제도애요. 연간 열흘 동안 꼭 자녀 양육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질병이나 사고 이런 것들에 쓸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 마침 코로나 사태가 터져서 이걸 잘 활용하라고 국가에서는 권고를 하고 있는데요. 문제가 여기도 좀 있습니다.

Q) 이게 올해 신설 됐다고 했는데 그러면 육아휴직과는 다른 거죠?

A) 그렇죠. 육아휴직과는 완전히 다른 거고요.

Q) 조금 전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어요?

A) 일단 법적으로 근로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쓸 수 있는 거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겁니다. 사실 제 경우도 근로자가 아니기 떄문에 저한테도 되게 신기루 같은 제도거든요.
우리나라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조차도 제대로 정착되고 있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휴가를 온전히 허용하는 고용주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 제도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만, 사실 너무 많은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국가 재난 시기, 또 돌봄 재난 시기의 마땅한 대안으로서는 약간은 현실성과 실효성이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Q) 그리고 처음 신설됐으니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겠네요. 지금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는 그 것이 긴급돌봄 서비스입니까? 아니면 돌봄교실은 또 다른 겁니까?

A) 원래 평상시 학기 중에는 돌봄교실이라는 게 있고요. 아이들이 방과 후, 하교한 후에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4~5시까지 학교에서 추가적으로 지낼 수 있는 물리적인 교실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또 그런 제도가 있는데, 이번 개학 연기 사태 때문에 긴급하게 돌봄교실을 약간 종일반처럼 운영을 하는 형태이거든요.

Q) 그러면 누가 와서 아이들을 봐주나요?

A) ‘돌봄전담사’라는 게 학교마다 있습니다. 아마 유치원에도 비슷한 지위의 그런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고요. 오전에는 이분들이 봐주시고, 이분들은 또 계약된 근로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귀가하시고 나면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번갈아가면서 봐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 활동가님도 긴급돌봄 서비스 활용해보셨나요?

A) 제가 보내고 있는 것이 이 긴급돌봄입니다.

Q) 이용률이 높나요? 아니면 저조한가요?  

A) 교육부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일단 신청 자체는 초등학교의 경우에 2.2%가 했다고 하는데, 신청도 좀 낮을뿐더러 신청을 해놓고도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1%대라고 제가 보도에서 봤어요.

Q) 그러면 이건 시설의 문제인가요, 신뢰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A) 일단 부모의 입장으로서는 워낙 감염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어떤 돌봄 대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그 대안을 최대한 활용하시는 것 같고, 다른 대안이 없는 분들은 아마도 이미 양육자 둘 중 한명이 고용 단절된 상태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요.
또 애초에 긴급돌봄을 시작하면서 가이드라인이 되게 촘촘하지 않은 채로 내려왔어요. 중간에 계속 지침이 바뀌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운영에 관한 사항들은 각 학교 일선에 맡겨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별로 운영 방침이 좀 제각각이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이것도 전적인 보완재가 되기에는 부족한 측면도 있고.
또 이건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한데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에, 그러니까 학내에 있는 종사자들 간에 긴급돌봄을 맡지 않으려는 서로 기피하려는 핑퐁 같은 기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누구도 원치 않는 환경에 아이를 하루 종일 둔다는 것 자체가.

Q) 부모님 좀 꺼려지겠네요.

A)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긴급 돌봄 운영 시간은 괜찮나요? 시간이 어떻게 되죠?

처음에는 운영시간에 대한 지침이 없어서 학교마다 제각각이다가 중간에 오후 5시, 그 다음에 오후 7시로 두 차례 바뀌었어요.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그 시간대가 되면 남아있는 아이들이 없다고 해서 저희도 5시까지만 보내고 집에 와서 혼자 있는데.

Q) 그러면 아이도 혼자 있는 시간이 몇 시간 되는군요.

A) 사실 저도 코로나 때문에 너무 바빠 가지고 설날 이후 정말 휴가를 하루도 못 쓰고 일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조퇴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아이가 어제 돌봄교실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컵라면에 곰팡이 핀 식빵을 먹는 바람에 탈이 심하게 나가지고. 오늘 그 와중에도 출근을 했다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조퇴를 했거든요.
이런 상황이 단기적이면 어떻게 버티겠는데 너무 길다보니까 막막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Q) 이런 가정 돌봄의 책임은 대부분 여성의 어깨에 지워진 셈인데, 사실 이런 아이 돌봄 문제가 장기적으로 여성들의 고용 단절로 이어질까봐 걱정도 됩니다.

A) 그렇죠. 실제로 제가 어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봤는데, 아이 셋이 있고 경력단절이 됐다가 재취업에 성공하신 분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돌봄 폐쇄되면서 회사에서 휴가나 반차 내는 것도 허락을 안 해줘서 일을 그만둔다고 속상하다고 토로하는 댓글이었거든요.

Q) 아이고, 그렇게 문제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로서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짧게 부탁드릴까요?

A) 저는 아이들의 돌봄 받을 권리, 또 아이들의 안전할 권리는 정말 평등하게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있든 없든, 맞벌이를 하든 말든, 돌봄 자원을 얼마나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 다니는지에 관계없이 아이들 다 똑같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메르스 이후에 5년이 흘렀는데, 감염병에 대한 대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감염병으로 인해 파생된 이런 돌봄 재난에 관해서는 누구도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는 뼈아픈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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