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인터뷰_조성실활동가

"'엄마 정치' 화두 갖고 국회 안으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이슈인터뷰] 조성실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조성실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총선 CF'. ⓒ정의당
조성실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총선 CF'. ⓒ정의당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엄마 정치인’은 한 명도 탄생하지 못했다. 생물학적인 ‘엄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양육 당사자로서, 양육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법과 제도를 발전하는데 주력할 '엄마'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16일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보육·노동 특별위원장으로, 비례대표 후보로 첫 선거를 마친 조성실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회 밖에서 '엄마 정치'라는 큰 숙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아래는 조 전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선거, 조직된 힘 발휘하는 과정…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

Q.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정당에 속한 후보로서 선거를 경험해보니 느낌이 어떠십니까?

“정의당 차원에선 어려운 선거였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최선을 다했어요. 양육당사자 정치는 국회에서 화두로 던져진 적이 없잖아요.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를 만나보니까 ‘엄마 정치’가 정치적 의제로 올라와야 한다는 걸 더 크게 느꼈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이 ‘엄마 정치’를 의제로 만들었지만, ‘엄마 정치’라는 화두를 가지고 국회 안으로 진출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 아쉽죠.

선거는 ‘조직된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과정’이잖아요. 거대 양당에서 공천을 받아야 국회에 진입할 수 있고, 소수당은 비례대표제를 이용해도 국회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죠. ‘양육자가 현실정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고민에서 더 나가서, ‘양육자는 현실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어요. 양육당사자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도 앞으로 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고요.”

Q.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낼 때와 정치인으로 목소리를 낼 때 차이를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가 대변인을 맡아 정당 정치인으로 목소리를 내게 됐잖아요. 정치하는엄마들과 그 속의 활동가로서의 저를 응원했지만, 제가 정치인으로 선명한 입장을 내게 됐을 때 실망하는 분도 있었어요. 정치인으로 활동하려면 두 가지 노선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저를 응원하고 기대해준 분들을 모두 안고 가기 위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혹은 대화 여지를 남기면서 제 노선을 가지고 선명하게 가거나요. 

정치하는엄마들이 지향해온 방향성 안에 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자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비겁하다고 봐요. 물론 딜레마는 있죠. 정당 정치인으로 걸음을 내딛는 과정에서 제 입장을 내는 순간이 있었어요. 제 부족함 탓에 정치하는엄마들이 오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신경을 썼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다만, 정치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는 일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도록 할 거예요.”

Q. 선거 기간에 변화나 희망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유세 때, 지역 당원 한 분을 만난 일이 기억나요. 그분의 아내가 정의당 활동을 하는 걸 원치 않았대요. 제가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로서 정의당에 온다는 걸 보고 아내가 정의당 활동을 지지하게 됐다는 거예요. 양육당사자 본인이 느끼는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반기신 거죠. 정의당 안팎에 ‘엄마 정치’, ‘양육당사자 문제 해결’ 같은 의제를 정치적 화두로 가져가기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어요. 과제는 ‘어떻게 연결하고 엮어낼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선거 중에 방송연설과 광고를 찍었어요. 엄마로서 제 얘기를 담았어요. 그걸 보고 ‘왜인지 모르겠는데 울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동안 엄마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일상의 일이고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제 말에 공감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곳에서 희망을 느껴요.”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만난 조성실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만난 조성실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찾아가는 정치 버스킹 하고 싶어… 정치 놓고 건설적인 대화했으면”

Q. 희망에서 그치지 않고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기반을 다지는 활동을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구상 중인 전략이 있나요?

“유세를 나가면 지나가는 분들이 제 얼굴을 보고 아는 듯 모르는 듯 한 표정을 지으세요. 농담 삼아 ‘뉴스에서 자료 화면으로 보셨을 것 같다’며 ‘자료화면 전문 활동가 조성실’이라고 저를 소개하기도 했죠. 저 개인은 유명세도 없고 인지도도 낮기 때문에 대중들을 만날 기회가 없잖아요.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자와 선거 운동 중 유튜브 생방송에서 한 나눈 얘기인데, ‘찾아가는 정치 버스킹’을 하고 싶어요. 오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답을 주는 정의당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담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찾아가고 싶어요. ‘걸어 다니는 정치 토크 밴드’라고나 할까요. 다양한 채널이 많지 않고, 특히 정의당은 채널에 취약하기 때문에 ‘조성실’답게 돌파할 수 있을 전략을 짜야죠.”

Q. 앞으로 꾸려질 21대 국회에선 양육자의 이야기가 많이 담겼으면 합니다. 양육당사자와 소통을 고민할 정치인들에게 어떤 방법을 조언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양육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이번 선거에 출마할 때도 그렇고, 출마를 고민할 때도 그렇고, 각종 연합회, 협의회 같은 조직은 제게 먼저 연락을 해올 정도로 기능이 잘 돼 있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이 낙선후보자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물리적으로 거대 양당 공천을 받고 자기 표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은 시민단체들이 부정적 평가를 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대체로 살아남거든요. 

모든 정당이 선거 때 양육당사자를 만날 방법을 고심해요. 하지만 지역 카페나 커뮤니티들은 정치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죠. 선거는 정치가 필요해서 찾아가는 사람을 동원해요. 정치가 필요해서 찾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정치인은 집중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정치를 가지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해요. 정치 의제를 만드는 데 의지를 가진 양육자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제 화두예요. 출마 경험을 토대로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요.”

Q. 21대 국회에서 ‘이것만은 꼭 이뤄졌으면 한다’는 점이 있습니까?

“‘양육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후보가 국회에 들어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커요. 선거 때마다 ‘엄마’나 ‘양육자’라는 정체성은 여러 곳에서 튀어나와요.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고요. 아이들과 관련해 비극적인 사고가 생기면 그때서야 잠깐 언급되고 말아요. 이게 반복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양육자’라는 정체성은 나이와 관련이 없어요. 청년도, 청년이 아닌 사람도 양육자가 될 수 있어요. 독자적인 정체성이에요. 정치하는엄마들은 보육이나 유아교육 문제만 얘기한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거든요. 양육자라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노동, 교육 등의 사회 의제를 확장해서 보면 자기 입장을 가질 수 있어요. 

또, ‘양육’은 정쟁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여야 관계없이 이 문제에 관심을 뒀으면 해요. 그래서 민생을, 평범한 삶을 잘 돌보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집권당이 이번 선거로 힘을 갖게 된 만큼, 개혁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완수해가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로, 정의당 일원으로 변함없이 제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Q. 오늘(16일)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가 해단식을 했습니다.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일단, 제가 양육자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남편과 양가 부모님, 긴급돌봄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일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느끼는 저에 대한 갈증, 제가 느끼는 아이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하원 하는 일을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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