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년, 당신의 민주화 운동은 무엇입니까?

 

2020년, 당신의 민주화 운동은 무엇입니까?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시민교육

 

서울역을 나와 택시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가주세요.” “예?” “전 남영동 대공분실이요.” “아, 예…”

 

민주·인권의 상징이 된, ‘천재가 설계한 완벽한 고문밀실’은 아직 기념관으로서 낯설었다. 기사 분은 택시를 세우고 골목 안쪽을 가리키며 걸어 들어가라고 했다. 골목 안 철문과 그 너머 보이는 암회색 건물이 1987년 그날로 연결되는 것 같아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영화 <1987>에서 봤던 민주화를 향한 피 묻은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난 6월 9일 서울을 다녀왔다. 여러 현안 해결의 빚을 지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이 ‘6월 민주상’ 대상을 받게 돼 시상식이 있는 민주인권센터에 갔다. 빚이 마음에 쌓여갔지만 덜어낼 방법이 궁했다. 마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대상을 줘 그 빚을 덜 수 있었다. 밤낮없이 활동하지만 후원금만 갖고 상근자 2명의 월급을 맞추는 시민사회단체다 보니 2000만 원이라는 상금은 장소 불문하고 사람을 방방 뛰게 하는 격려와 응원이 됐다. 

 

“6.10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제정된 ‘6월 민주상’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일상의 민주주의, 생활 속 민주주의를 실천한 사례를 발굴·확산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인물이나 단체가 아닌, 민주주의를 구현·실천한 사례나 제도에 주목하였습니다. 또 하나 실행과정에서 시민들이 자발적, 능동적으로 참여한 사례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6월 민주상'의 심사기준이다. 6.10 민주항쟁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심사기준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일상의 민주주의, 생활 속 민주주의’에 주목한다. 과거의 민주화 운동이라면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연기 속 피 흘리는 사람들과 그들을 짓밟는 군화가 떠오른다. 이제는 목숨을 내놓는 위험 없이도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의 내용처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을까? 

 

내 관심과 생활이 맞닿아 있는 일부터 돌아본다. 국가 성장·저출생 문제를 논하면서 학교 앞 사고로 죽는 아이들은 외면하고, 22년째 1745원으로 점심 한 끼와 간식 두 번을 해결하는 영유아를 외면하는 나라. 학생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려면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TOO #WITHYOU 모양을 붙여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나라. 스쿨미투를 외친 용기 있는 학생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중장년 남성 엘리트가 아니면 발언권을 갖기란 쉽지 않은 나라(주요 현안의 각종 토론회 패널을 보라). 모든 권력이 ‘모든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나 투표권이 없는 국민은 ‘하등 국민’으로 여겨진다.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의 땅 위에 서 있는 나와 이웃들에게 묻고 싶다. "2020년, 당신의 민주화 운동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정치활동은 무엇입니까?" 나의 정치활동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직무유기하는 국회의원에게 일갈의 문자를 보내는 일, 고등학교 정문에 붙은 ‘특정대학 합격 홍보 현수막’을 보고 좌절할 학생들을 위해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학교로 전화하는 일 등이다. 2020년 우리의 민주주의가 있는 곳은 검사·변호사 출신이 즐비한 국회도, 전관예우에 젖은 법원도, 1987년 박종철 열사가 숨을 거둔 남영동 대공분실도 아니다. 일상 속 SNS 활동, 생활 속의 길거리 현수막 하나가 ‘민주화 운동’이 될 수 있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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