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최대 규모 결집한 ‘오염수 반대’ 범국민대회 “오염수 투기 중단될 때까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사흘째인 26일 서울 도심에서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고 이를 방조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동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가 여러 차례 열렸지만, 이날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과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용인 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를 함께 개최했다.
주최 측은 5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이승훈 공동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한 집회를 개최해왔는데 오늘이 가장 많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가 있는 한국프레스센터 앞부터 서울시청 앞까지 한 방향 도로가 집회 참가자로 가득찼고, 집회가 진행되는 와중에서 인파가 계속 몰려들어 경찰의 저지선이 위태로울 정도였다.
초등학생도, 대학생도, 어민도, 노동자도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의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때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선 전인류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전남 영광군 어촌에서 평생을 살면서 김양식, 새우양식, 꽃게잡이 등을 한다는 김영복 전국어민회총연맹 부회장은 “꽃게를 잡아도 가격이 절반 이상으로 폭락하고 그마저 상인들이 가져가지도 않는다. 또한 올해 비가 유난히 많이 와서 새우양식이 평년에 비해 50%도 안 된다. 그런데 가격은 작년보다 더 저조하고 이것마저 팔려지 않는다. 노량진수산시장, 부산자갈치시장, 중소도시 수산물시장에는 파리가 날린다”며 “이게 다 윤석열 때문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는 “일본의 기시다, 미국의 바이든, IAEA의 그로시 모두 전인류적인 사기극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류 재앙을 일으킬 핵오염수 방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오염수 방류 금지 가처분을 제소하고 일본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당장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태어난 곳은 일본이지만 현재 국적은 한국이라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제가 내어난 일본에서 이번에 오염수를 해양 투기해 한국에 대단히 마안하게 생각한다”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민과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이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정부가 똑같다면서 “이런식으로 시민들을 탄압하는 양 정권의 야합을 절대 용납하면 안 된다”고 성토했다. 또한 그는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문제로 해양에 기어코 방류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 “그런 일본의 논리에 동조하는 윤석열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했다. 두 자녀는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지 말아요’라고 손수 적은 손피켓을 들고 나왔다. 박 대표는 “우리는 각자 만든 쓰레기는 각자 알아서 치우라고 어릴 때부터 배우지 않았나. 이 초등학생 어린이들도 그 정도는 안다. 쓰레기 처리하는데 돈이 드니 함부로 자연에 버려도 된다고 배웠나”라며 “기본적인 걸 말하는 것인데 일본 정부는 비용을 이유로 오염수를 버린다고 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방기하고 협조하는 모양새”라고 규탄했다.
박 대표는 특히 “30년, 40년, 50년 후에 지구는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다 사라지고 없을 텐데 왜 어린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나.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존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고 인간과 비인간 공존해야 한다. 어린이와 고래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우리가 함께 만들자”고 호소했다.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이라는 박 대표의 자녀도 “다른 나라들도 있는데 굳이 왜 바다에 버리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우리는 수영도 못하고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직업을 잃는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버리는 걸 막아달라”고 어른들을 향해 직접 호소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던 지난 24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건물에 진입해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는 기습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에 연행됐던 대학생들도 이날 석방돼 집회에 직접 참가했다. 그중 한 명인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우리의 죄명이 공동주거침입이라고 한다. 우리 땅에서 주권자인 대학생들이 ‘국민은 오염수 반대한다’고 외쳤는데 어떻게 이게 주거침입일 수 있나”라며 “오히려 우리의 바다, 하늘, 땅에서 위험한 전쟁 훈련을 하면서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저들을 잡아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 땅, 바다, 미래의 주인이자 주권자인 대학생으로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단 한방울도 흘리지 않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노동자를 대표해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기시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이유는 유일하게 비용 아끼기 위해서다. 그들은 더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어서 바다에 방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7월 말 후쿠시마 핵발전소 앞까지 가봤다. 너무너무 넓은 땅이 허허벌판 널렸더라. 출발부터 거짓말인 핵오염수 방류를 어찌믿을 수 있나”라고 따졌다. 또한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서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팩트는 30년간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그 누구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원하는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독재국가인가”라며 “우리는 그렇게 살 순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을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4당도 거리로...“반드시 심판당할 것”
야4당 대표들도 직접 규탄 발언에 나섰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초유의 원전 폭발 사고를 일으킨 일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초유의 핵오염수 테러를 자행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제 우리 바다는 핵오염수 투기 전과 후로 나뉘는 돌이킬 수 없는 암흑의 30년, 아니 한 세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정부보다 분노스러운 건 핵오염수 방류를 방조한 윤석열 정부”라며 “우리 야당에 대해서는 이권 카르텔이다, 괴담 세력이다, 온갖 악다구니를 퍼붓던 대통령이 일본 핵오염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윤석열 대통령, 대체 어디갔나”라고 꼬집었다.
배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과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총력을 다해 함께 싸우겠다”며 “어민들 피해 보상과 해양보호특별법을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국제소송도 전개할 것이다. 해양투기 반대하는 국가들과 국제연대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틀 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하자마자 16명 대학생들이 일본대사관에 가서 항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 대학생들이 대신해주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런 학생들에게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48시간을 꽉곽 채워서 잡아 가뒀다. 혹시 집시법 위반, 건조물침입죄 물어서 구속시킬 생각이었나”라고 따졌다.
그는 “일본은 1945년 원자폭탄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나라다. 수십만 명이 즉시 사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 치며 죽어간 것을 목도한 나라가 일본 아니냐. 그런데 일본이 전세계 인류에 방사능 오염수 핵테러를 가하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유일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나라가 바로 윤석열 정부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윤석열 정권을 멈춰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불과 일주일 전에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 결론이 핵오염수 방출이었다는 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윤 대통령이 썼다는 새 역사가 전지구적 전인류적 범죄행위인 핵오염수 방출의 들러리였나”라며 “대통령실을 도감청한 미국은 친구고, 오염수를 방출한 일본은 파트너라면서, 이에 문제 제기하고 불안해하는 국민들은 괴담에 속는 우매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대단한 정부다. 대체 우매한 건 누구인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오염수 방출은 시작됐지만 우리에겐 아직 사명이 남아있다. 우리가 물려받은 터전보다 더 나은 터전을 물려줄 책임이 남아있다. 윤석열 정권은 그 사명을 내다버렸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 수 없는 사명이다. 그래서 이 많은 국민들이 절망을 딛고 이곳에 모인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30년 이어진다고 예고된 지금이야말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비열하고 오만한 정권에 맞서야 한다. 포기하지 말고 오염수 단 한방울이라도 더 막아낼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서 오염수 방출을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이 드디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 인류에 대한 도발이고 태평양 연안국가를 향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일본에 요구한다. 세계인의 건강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핵폐기수 해양 투기를 즉각 중단하라. 일본은 가장 인접한 국가이고 가장 피해가 큰 대한민국에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일본이 이웃나라 눈치를 보면서 방류할까 말까 망설일 때 일본의 이런 패악질을 가장 선두에서 합리화시켜주고 지지한 사람이 누구냐.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일본의 심부름꾼, 대변인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 국민들의 대리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잠시 힘으로 (반대 여론을) 누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눌려 억압당하지 않는 국민이다. (그런 정권은) 반드시 심판당할 거란 걸 우리가 증명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을 향해 “일본의 무도한 핵폐수 방류를 막아내라.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책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로 대표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권종탁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김민문정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유시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서해 녹색연합 활동가가 함께 나서 국민행동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과 윤석열 정권 규탄의 내용으로 다음주 중 전국의 시군구 단위에서 촛불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며 “학계, 법조, 보건의료, 노동조합, 농민회, 각 마을 단위 등 지역 부문에서 시국 선언을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해양 투기를 중단시킬 때까지 싸우자”며 일주일 뒤인 9월 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로 다시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한국의 시민들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일본이 핵 오염수 투기를 중단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일본 정부를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참가자들이 서울역을 거쳐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는 걸로 마무리됐다.
한편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범국민 집회는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부산에서도 열렸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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