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서대문구
2008년 5월 대학 '대동제'는 내 생에 중요한 기억으로 남는다. 매년 5월이면 열리는 축제다. '대동제' 말 그대로 크게 하나 된다는 뜻이다. 소위 '운동권'이 독재와 싸우던 90년대 초반까지는 학생, 학내노동자, 지역주민, 사회단체 다 초대하여 학교 안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밤새 놀았다고 한다. 크게 하나 되는 '대동제'였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와 학내 운동권은 소멸하고 탈정치화 되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이뤘고, IMF 이후 신자유주의 경쟁이 심해져서 그렇다.
2008년 5월 대동제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다시 '크게 하나 되는 축제'를 만들어 보려 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7년 가을부터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 처우개선, 노동조합 조직화 운동에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2008년 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2008년 5월 대동제때는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대동제 천막 주점을 열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장사를 해봤어야 말이지.
최근 한 평화 잡지와 인터뷰에서 이런 마지막 질문을 받았다. “정치하는엄마들의 10년 후 목표는?” 10년? 매일 새로 닥치는 현안에 대응하느라 허덕이는 나에게 ‘10년’은 너무 낯설고 긴 호흡이었다. 대번 “일단 (우리 단체가) 안 없어지는 거요”라고 답했지만, 긴 ‘음…’이 이어졌다. 10년 후에는 ‘공존’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이 ‘경쟁과 공존’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저울질할 수 있을 만큼 공존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고 싶다고 결국 대답했다. 경쟁 일변도의 사회를 하루아침에 뒤집을 것처럼 ‘함께 살자’라는 우리의 주장을 더 명확하고 확고하게 드러내 보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에게 ‘공존’은 얼마나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까? 아니 경쟁에서 ‘내가 살아남는 방법’ 외에 무슨 말이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