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지지 않은 삶이란 없다
보육 기관에서 잠깐 일하던 시절, 내가 맡은 반에는 발달장애 아동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가끔이지만 아이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원하는 게 있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안 들어준다 싶으면, 아이는 나를 찾아와 내 손을 잡아끌고 자기가 원하는 것 앞에 섰다. 다른 선생님에게 혼이 나면, 나를 찾아와 그 큰 덩치를 내게 들이밀었다. 그만큼 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이에겐 분명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떤 날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아이를 휘감았는데, 그럴 때면 팔(八)자 눈썹을 그리며 조용히 침잠하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했다. 이 아이에게도 분명 감정이란 것이, 욕구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 나의 무능력이 답답하고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