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크는 부모와 아이
오만했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나도 한 마리의 동물이기에 ‘배우지’ 않아도 본능과 경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탯줄이 끊어진 순간 본능 같은 건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조산원에서 자연분만을 하고 갓 태어난 아기를 가슴에 얹어 젖을 찾아가길 기다렸다. 아기는 해냈다. 내겐 없는 본능이 아기에게는 충만했다. 그러나 나는 동굴에 사는 어미가 아니었다. 아기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내기엔 나의 감각은 이미 40년간 퇴화한 게 분명했다. 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대해 아무도 예고해주지 않았다.